백발의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표지 가득 담겨있다. 아마도 그의 이름은 제목에 나와있듯이 모리스 씨 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통해 털어놓는 이야기는 그의 일생, 그것도 눈부신 자신의 삶일 것이다.
시작 부분을 읽으며 좀 정신이 없었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두서없는 상황들이 계속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가 있는 장소도, 만나는 인물도 이해할 수 없었다. 몇 장을 읽어나간 후에야 모리스 해리건씨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전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바로 아들 케빈이다. 그와 케빈의 관계는 생각보다 썩 친밀했던 것 같지는 않다. 친밀했다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겠지, 다른 뭔가를 남기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소 역시 자신의 집이 아닌 호텔이다. 호텔 허니문 스위트. 이곳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알게 된다.
책에는 모리스씨의 일생에서 중요했던 5명이 등장한다. 토니, 몰리, 노린, 케빈, 세이디.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리스의 가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케빈을 제외하고는 세상을 떠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토니는 모리스의 형이었고, 몰리는 뱃속에서 사산된 모리스의 첫 딸이었다. 노린은 처제, 케빈은 아들 그리고 세이디는 아내다. 이들은 모리스의 일생에서 정말 중요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5살 많은 토니는 모리스의 평생의 멘토였다. 형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을 때도 형은 늘 모리스를 다독여주었다. 평생을 함께하면 좋았을 형은 21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하고 만다. 그의 죽음은 모리스 뿐 아니라 가족들(특히 엄마)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토니의 죽음 이후, 엄마는 늘 토니 이야기를 했다. 모리스가 결혼한 날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모리스 역시 토니와 평생을 함께 했다. 마치 죽은 딸, 함께 보낸 시간이 겨우 15분에 불과한 몰리처럼 말이다.
책 속에 그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들 만큼이나 중요한 물건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금화다. 금화 때문에 모리스의 일생에도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난한 모리스의 가족은 부유한 돌러드가의 일을 도와주고 그 돈을 생활을 일구어갔다. 아쉽게도 돌러드가의 주인과 아들 토머스는 추잡하고 폭력적인 인물들이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폭력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특히 토머스는 분풀이 상대로 늘 모리스를 사용했다. 그날, 돌러드씨가 금화를 잃어버린 토머스에게 화를 내며 그를 집에서 내쫓고 상속권마저 빼앗은 날. 모리스는 그 금화를 찾았지만 돌려주지 않고 숨겨둔다. 그동안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였다. 시간이 흐르고 해리건 가와 돌러드가의 상황은 역전되었다. 해리건 가는 낙농업과 각종 사업으로 돌러드가의 땅을 조금씩 사들였기 때문이다.
부유한 모리스씨의 삶에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오래 기다린 아이가 임신 8개월에 뱃속에서 사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앞세우기도 한다.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 케빈과의 관계 역시 썩 좋지 않다. 가진 것은 많지만, 그의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다. 가진 것을 다 처분하고 이제 요양원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모리스씨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아들 케빈에게 무슨 이야기를 남겼을까?
자신과 관련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 역시 많은 후회를 한다. 그때 사업에 신경을 쓰기보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병원을 일찍 찾았다면 몰리를 살아서 만날 수 있었을까? 세이디가 세상을 떠나기 전 허니문스위트에 같이 가자는 약속을 지켰다면 어땠을까 등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며 후회를 하기도 한다. 모리스씨의 이 기억들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당신과 같은 후회를 하지 말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