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어린 왕자를 다시 읽게 되었다. 내 기억 속 어린 왕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기보다는 중간중간 주요한 내용만 언뜻 기억에 살아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처음 읽는다는 생각으로 한 장 한 장을 읽었다. 기존에 만났던 책은 저자인 생텍쥐페리가 그렸다는 조금은 단순해 보이는 그림들이었는데, 이 책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라는 삽화가의 상상 속에서 새로운 일러스트를 입고 태어난 책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적어도 어린 왕자와 등장인물들이 조금은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어린 왕자의 시작은 기억이 난다. 글의 화자인 조종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 말이다. 너무 일찍 포기와 삶을 알았던 아이는 6살에 화가를 포기하고 결국 조종사가 된다. 그리고 6년 전 만난 어린 왕자에 대한 기억을 옮겨 적는다. 바로 사하라 사막에서 사고가 나 불시착 한 그곳에서였다. 갑자기 그에게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의 부탁에 조종사는 6살 때 그만둔 그림 실력을 발휘하지만 어린 왕자는 만족해하지 않는다. 결국 상자 속에 언뜻 보이는 양을 그려서 주자, 그제야 어린 왕자는 만족해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길들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