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정연복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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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어린 왕자를 다시 읽게 되었다. 내 기억 속 어린 왕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기보다는 중간중간 주요한 내용만 언뜻 기억에 살아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처음 읽는다는 생각으로 한 장 한 장을 읽었다. 기존에 만났던 책은 저자인 생텍쥐페리가 그렸다는 조금은 단순해 보이는 그림들이었는데, 이 책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라는 삽화가의 상상 속에서 새로운 일러스트를 입고 태어난 책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적어도 어린 왕자와 등장인물들이 조금은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어린 왕자의 시작은 기억이 난다. 글의 화자인 조종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 말이다. 너무 일찍 포기와 삶을 알았던 아이는 6살에 화가를 포기하고 결국 조종사가 된다. 그리고 6년 전 만난 어린 왕자에 대한 기억을 옮겨 적는다. 바로 사하라 사막에서 사고가 나 불시착 한 그곳에서였다. 갑자기 그에게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의 부탁에 조종사는 6살 때 그만둔 그림 실력을 발휘하지만 어린 왕자는 만족해하지 않는다. 결국 상자 속에 언뜻 보이는 양을 그려서 주자, 그제야 어린 왕자는 만족해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길들여간다.

물론이야. 넌 아직 나에게 이 세상에 있는

무수히 많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나는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도 날 필요로 하지 않지....

그런데 네가 날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도 네게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가 되는 거고......

P.92

어린 왕자와 조종사는 함께 지내며 어린 왕자의 고향으로 보이는 B612 별에 대한 이야기와 그 별에 있는 커다란 바오바브나무, 하나 있는 장미꽃 이야기를 나눈다. 그곳을 떠나오면서 마주하게 된 별들에서 만난 권위주의 왕이나 허영심 가득한 사람, 술꾼과 지리학자 등에 대한 이야기로 나눈다. 당시 조종사는 남아있는 음식과 물이 적었기에 빨리 비행기를 고쳐서 떠날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조종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건네면서 질문을 하는 어린 왕자.

막상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모습은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봐줘야 했을까? 성인인 내 시선에서는 어린 왕자가 선택한 방법이 전혀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후 조종사는 다시금 어린 왕자를 떠올린다. 기억에서 점점 지워지기 전에 그를 기억할 방법을 마련해두기 위해서다. 조종사를 떠나 자신의 별로 돌아간 어린 왕자는 함께 간 상자 속 양과 다시 만난 길들여진 꽃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잘 가. 비밀을 말해 줄게.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중요한 것을 눈에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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