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클래식 리이매진드
루이스 캐럴 지음, 안드레아 다퀴노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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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은 정말 많이 들었는데 막상 줄거리를 요약하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그저 단편적인 몇몇 장면만 떠오를 뿐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을 기회가 종종 생겼는데, 막상 읽고 나서 당황스러운 기억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내가 알던 동화가 원작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원작과 다른 경우도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어린이용 동화는 거의 결말이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야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차피 토끼나 이상한 굴에 빠진 앨리스 정도 밖에는 떠오르는 게 없는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왕이면 좀 더 멋진 일러스트가 가미된 책이면 좀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정말 이상한 나라는 맞았다. 주인공이 앨리스인 것도 기억이 난다. 토끼굴같이 생긴 곳에 빠지게 된 것도 떠올랐다. 하지만 굴속으로 들어간 이후의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읽으면서 놀라웠다. 앨리스의 말과 행동 때문이었다. 앨리스를 보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도, 전혀 다른 종인 서로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놀라웠다. 갑자기 동물들 사이에서 경연 대회가 열리고 모두가 승자가 된다. 근데 부상을 앨리스에게 요구한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앨리스는 또 주섬주섬 주머니 속 사탕을 꺼내 모두에게 나누어준다. 모두가 승자이니 앨리스도 선물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앨리스는 (이번에도)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골무를 꺼낸다. 근데 골무를 왜 가지고 다니는 거지? 그 골무를 받아서 다시 앨리스에게 상품으로 준다. 받으면서 당연히 기분이 이상한 건 어쩔 수 없지 뭐...

그 밖에도 조심성 없는 앨리스의 면모도 보인다. 왜 자꾸 뭔가를 먹는 걸까? 한번 경험했으면 조심해도 될 것을... 결국 뭔가를 먹고 마시며 줄었다 늘었다 자꾸 몸이 변한다. 특이한 것은 뭔가를 마시고 먹는 것을 앨리스가 은근히 즐겼다는 것이다. 은근 뭔가 벌어질 일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기대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는 걸 보면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 내용을 읽으며 자꾸 그리스 로마신화의 저승세계에 내려간 데미테르의 딸이자 훗날 하데스의 아내가 되는 페르세포네가 떠올랐다. 역시 검증되지 않은 걸 먹는 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우리의 철없는 앨리스에게 해주고 싶었다. 물론 뭔가를 먹지 않았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모험 같은 이야기를 경험하며 앨리스는 그래도 착하구나! 싶다.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아도 그를 돕기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결말을 마주하고, 하! 마치 아주 오래전 봤던 드라마처럼, 아니 여러 곳에서 사용된 소재처럼 이 모든 게 한낱 꿈이었다니! 하는 식의 말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원조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용만 봐도 좋지만, 특별한 일러스트가 더해지니 더 흥미로워졌다. 소소의 책의 이 시리즈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괜스레 다음번에는 어떤 작품에 일러스트가 더해져서 나올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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