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로 된 무지개
이중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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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지. 당신들이 알 수 없는 사연들이 있어.

그때, 강철로 만들어진 그 세상에서, 참을 수 없이 차갑고 견딜 수 없이 견고했던 그때 그곳에서

무슨 비명들이 되 울렸는지, 당신들은 몰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제목이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났는데, 책을 읽고 보니 이육사의 절정이라는 시의 마지막 시구였다. 책을 덮고 나니 씁쓸함이 마구 피어오른다. 역시 어느 누구도 믿어서는 안되는 걸까?

서기 2078년 현재. 남과 북은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고 통일이라고 하기는 좀 뭐 한 상태다. 2064년 김정은 정권이 무너진다. 북한의 젊은 장교들의 쿠데타 때문이다. 4년 후인, 2068년 남한과 북한은 연방정부 수립에 합의하게 된다. 남한도 북한도 있고, 연방정부도 있는 아주 이상한 형태로 말이다.

연방수사국 이영훈 경위는 한 사건을 맡게 된다. 살인사건이다. 죽은 사람은 이기철로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말이 개발업자지 상태 안좋은 건물을 슬쩍 고쳐 비싼 값에 파는 악덕 부동산 업자였다. 그런 그가 자신의 원산 별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문제는 그에 대한 기록이 잠겨있다는 것이다.

3년 차 경사인 박세욱이 부산에서 평양으로 발령이 난다. 인사를 하고 들어온 세욱에게 연방수사국 평양지부 강력3팀장 정준희가 말을 붙인다. 그의 파트너는 이영훈인데, 그는 업무 외에 이영훈을 감시하는 일을 맡아야 한단다. 도대체 이영훈이 무슨 일을 벌였길래, 스파이까지 필요한 걸까? 이렇게 낯설고 좋지 않은 상태로 둘은 만난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특이사항이 자꾸 발생한다. 영훈이 확인하려는 인물들마다 전부 정보가 잠겨있었던 것이다. 조인철, 박윤석, 윤민희, 이기철까지 말이다.

그리고 동흥동 김태성의 아파트에서 협박이 이루어지고 있다. 총을 들고 위협하는 범인은 태성에게 약을 먹기를 종용한다. 그가 죽인 사람들의 수만큼 알약을 먹으라는 것이다.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알약을 먹거나(알약은 심장약으로 과다 복용 시 사망한다) 총에 맞거나... 어차피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 범인은 태연히 알약을 한 번에 삼키면 바로 구급차를 불러주겠다는 말까지 전한다. 과연 이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조윤선 연방수사국 서울지부장이 정 팀장에게 전화를 한다. 북조선 평양공안서 강력범죄대응반 반장인 안은경이 닫힌 자료를 열람했다는 것이었다. 그가 조사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상황을 파악하라는 명령을 받은 영훈과 세욱. 가보니 사망한 사람은 이정현으로 사업가였는데, 그의 아내인 이선예가 신고를 했다. 근데 이상하다. 그 집의 주인은 김태성과 진미옥인데 말이다.

이로써 죽은 인물 중 정보가 잠겨있는 인물들은 총 5명이 된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과거 북한에서 고위직을 활동했던 인물들로 탈북을 했다는 것과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뭔가 뒤가 구린데, 이상하게 안은경은 사건을 빨리 덮으려고 한다. AI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이유지만, 영훈은 뭔가 찜찜하다.

"눈이오면 잠깐 덮이는 듯 싶지. 하지만 봄의 따스함에 결국 모든게 다 드러나."

이와 더불어 과거의 사건들이 조명된다. 세욱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과, 영훈과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이 한 번에 잘려나갔던 이유들 말이다. 그리고 이들의 과거는 현재의 사건과 어떤 연결이 있을까? 설마 했던 상황이 그대로 펼쳐져서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각 상황들이 절묘하게 이어져서 남과 북의 현실을 바라보게 해줬던 것 같다. 


"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지. 당신들이 알 수 없는 사연들이 있어.

그때, 강철로 만들어진 그 세상에서, 참을 수 없이 차갑고 견딜 수 없이 견고했던 그때 그곳에서

무슨 비명들이 되 울렸는지, 당신들은 몰라."

"눈이오면 잠깐 덮이는 듯 싶지. 하지만 봄의 따스함에 결국 모든게 다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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