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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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해, 지유야. 처음과 끝은 연결되어 있어. 처음은 끝이고, 한 개는 전부나 마찬가지야."

어려서 부터 엄마가 하라는 데로만, 엄마가 세워준 계획대로만 살아왔던 지유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다. 변호사였던 아빠의 사고 후, 엄마는 더욱 지유에게 집착의 날을 세웠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갔다가 집으로 와서도 엄마의 계획은 계속되었다. '이 정도면 엄마가 기뻐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성적표를 가지고 돌아온 날. 엄마는 칭찬 대신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한다. 그렇게 지유는 엄마의 인형이 되었다. 지유의 첫 번째 목표는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유는 연습을 할 줄 만 알았지, 음악에 자신의 색을 입힐 줄 몰랐다. 다음 목표는 뉴욕대에 가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고, 결국 목표는 수정되었다. 뉴욕대 편입으로... 그렇게 엄마가 만든 스케줄대로 죽을힘을 다해 겨우 편입에 성공한다. 뉴욕으로 온 지유는 그렇게 끌로이를 만난다.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나 마찬가지라던데."

이 한마디로 지유는 처음 끌로이를 만나게 된다. 끌로이의 자유분방함이 좋았다.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그녀가 좋았다. 그리고 지유의 바람대로 끌로이와 함께 살게 된다. 처음 룸메이트로 지유의 집에 끌로이가 들어왔을 때, 지유는 너무 좋았다. 끌로이의 친구들을 소개받고, 끌로이와 함께 하는 것들로 지유의 시간은 채워져갔다. 끌로이와의 첫 키스는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끌로이와 함께 간 B-플랫이라는 곳에서 끌로이는 트럼펫 연주자인 멘도를 만난다. 둘은 가까워지고, 연인 사이가 된다. 그날부터 끌로이는 조금씩 지유의 시간에서 사라진다.

돈 걱정이 없었던 지유와 달리, 끌로이는 돈의 구애를 많이 받았다. 그런 끌로이의 생일을 맞아 지유는 끌로이가 평소 가고 싶어 했던 레스토랑을 예약한다. 끌로이는 멘도도 함께 하고 싶어 한다. 끌로이가 돕고 있던 단체의 후원자로부터 초대를 받은 날. 멘도가 속한 밴드가 연주를 맞게 돼서 멘도와 끌로이 그리고 지유까지 함께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멘도는 끌로이가 지유의 집에서 나와 자신과 살게 될 거란 이야기를 꺼낸다. 지유는 당혹스럽고, 충격적이었다. 끌로이가 없는 시간은 지유의 생각 속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유는 끌로이는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리고 그 일이 끌로이와의 관계를 그렇게 만들 줄 상상도 못했다.

엄마가 없는 세상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엄마가 세운 계획에 의해서만 삶을 살아갔던 지유에게 끌로이는 자유의 냄새였다. 그랬기에 지유는 끌로이에게 더 빠져들었다. 미지를 만났던 것 역시 끌로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미지와의 일을 겪으며 지유는 모든 게 무섭고 낯설어진다. 충동적으로 그녀에게 키스를 했던 것 역시 끌로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끌로이가 아니었다.

"인생은 원래 그렇게 아찔하고 위험천만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거야.

한순간에 모든 게 수포가 될 가능성을 안고 사는 거지."

끌로이와 지유, 미지 그리고 엄마. 그녀들은 같은 세상 속에 살았지만, 그들의 삶은 달랐다. 모두가 꿈꾸는 것이 달랐다. 사건을 겪어내며 지유는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온다. 과연 지유는 깨고 나온 알 속에서 스스로의 끌로이는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나 마찬가지라던데."

"명심해, 지유야. 처음과 끝은 연결되어 있어. 처음은 끝이고, 한 개는 전부나 마찬가지야."

"인생은 원래 그렇게 아찔하고 위험천만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거야.

한순간에 모든 게 수포가 될 가능성을 안고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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