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두 사람은 헤어지기 전에 한 가지 합의를 했다.
고등학교로 돌아가게 되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보다 훨씬 더 서로 모르는 척 굴자고 약속한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낯선 타인이 될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규칙이었다.
헨리 킴볼의 세 번째 직업은 사설탐정이다. 다트퍼드-미들햄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하던 그는 한 사건을 계기로 교사를 그만두고 형사가 된다. 하지만 제 몸에 맞는 옷 같았던 형사 역시 한 사건 때문에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그는 사설탐정 자격증을 취득해서 탐정이 된다. 의뢰가 많지 않던 차에, 한 여성이 그를 찾아온다. 어딘가 낯이 익은 그녀는 헨리를 킴볼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렇다. 그녀는 1년여 동안 영어교사를 하던 당시 헨리가 가르쳤던 학생이었다. 그것도 학교 내에서 유명 인사였던, 전직 체조선수 조앤 그리브였다. 그 사이 조앤은 결혼을 했고 현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녀가 의뢰한 일은 남편인 리처드 웨일런의 불륜을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블랙번 공인중개사의 대표인 리처드는 다트퍼드 사무실 매니저인 팸 오닐이라는 젊은 여성과 불륜 관계에 있는 것 같이 보이는데(조앤이 보기에) 그들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요구한 것이다. 그렇게 헨리는 리처드와 팸을 미행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팸과 안면을 트게 된 헨리. 팸의 입에서 기대했던 내용이 나오기 직전, 조앤으로부터 둘이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팸 곁을 맴돌다가 결국 밤을 보내게 된 헨리. 하지만 팸은 현재의 그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 했다. 세 사람을 위해서도 그게 좋겠다고 말하는 팸. 다음 날, 조앤의 말대로 팸과 리처드는 매물로 나온 집에서 만남을 갖는다. 둘이 들어가고 얼마 후, 총성이 들린다. 패닉 상태에 빠진 헨리는 집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 팸과 그녀를 쏘고 자살한 리처드의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를 한다. 팸은 정말 리처드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고, 그 말에 격분한 리처드는 팸을 살해하고 자신 또한 자살한 것일까?
책 속의 사건은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간다. 조앤과 또 다른 리처드인 리처드 시든의 이야기다. 다트퍼드-미들햄 고등학교의 재학 중인 조앤은 가족여행으로 윈드워드 리조트에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같은 학교 학생인 리처드 시든을 만난다. 리처드 역시 이모의 가족과 여행을 왔다. 문제는, 사촌인 두에인 워즈니악이었다. 두에인은 조앤을 성추행 하려다 미수에 그친다. 그날 이후, 조앤은 두에인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게 되고, 우연히 리조트 도서관에서 만난 리처드 역시 두에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둘은 사고인 척, 두에인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과연 이들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15년 전 헨리가 교사로 있었을 당시 교실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과 15년 후 일어난 조앤의 남편 리처드의 사건은 교묘한 접점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 실족사 혹은 자살로 보이는 이 사건들이 자살이 아니었다? 과연 사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은 과연 어떤 접점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까?
사건을 통해 살해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었던 걸까? 반대로 이들의 삶에 대한 선택권은 누구에게 있던 것일까? 그 선택에 따라 누군가는 살려 마땅한 사람이 되고, 누군가는 죽여 마땅한 사람이 된다는 것.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들이지만,(책 속에 등장하는 그 누구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이해를 바라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저자의 전 작 죽여마땅한 사람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