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몸 - 가장 인간적인 몸을 향한 놀라운 여정
김성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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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띄었다. 사피엔스의 몸이라... 사실 기대 없이 읽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연상시키는 제목 덕분에 겁을 먹기도 했다. 겁을 먹었던 탓일까? 읽는 내내 재미있기도 했고, 흥미롭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인간의 "몸"과 그를 둘러싼 "생각"과 "선입견" 등 다양한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제시한 "인간의 발가락은 항상 3개 이상이 함께 움직인다."를 읽으며 학생들(저자는 대학교수다.)처럼 나 또한 움직여보며 놀랐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실행해 보지 않은 내용이었기에 관심을 유도하는 데 아주 탁월했던 것 같다. 총 13개의 주제를 놓고 보자면 실제적이고 생물학적인 우리 몸(뼈의 각 부분이나 장기 같은)에 대한 내용은 한정적이다. 대부분 인간을 둘러싼 머릿속에서 움직이는 각종 사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비롯한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 질병과 노화, 그리고 쾌락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한번 즈음 생각해 볼 만한 주제였지만, 막상 그 이상으로 깊이 있게 마주하지는 않았던 내용들이 담겨있어서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고, 각 장의 말미에는 생각해 볼 문제들을 던져주고 있기에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며 토론을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13장 모두 흥미로웠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2장에 아름다움을 향한 순수한 욕망에 대한 부분과 7장 강렬한 쾌락의 탐닉이 기억에 남는다. 여성은 임신 때를 제외하고는 죽을 때까지 다이어트를 생각하거나 시도한다는 말에 대해 나 역시 인정한다. 요즘은 배우가 아니더라도, 임신했을 때 역시 D 라인을 뽐내는 경우가 많기에 임신시기도 포함시켜야 할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다산의 상징이라 일컫던 풍만한 몸매는 요즘에는 관리 안 한 몸매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아름다워지기 위해, 하얀 피부를 갖기 위해 수은까지 발라서 결국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엘리자베스 1세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신체 비율에 대한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단지 아름다워지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은 뒤로하고, 사회적 분위기가 지극히 보이는 "미"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누구나 그런 몸을 선망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고유영역이기에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것 같다.

7장에서는 동물적 감각이라 할 수 있는 쾌락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가 인간은 옷을 입고 다닌다는 것인데, 바로 그런 금기를 깨고(옷을 벗고) 동물적 감각으로 돌아가는 관계가 바로 성의 관계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것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오르가슴을 연구한 학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변태적 성 의식과 관련하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지킬 앤 하이드가 비교되며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 준 것 같다.

인간을 설명하는 단어인 호모사피엔스 앞에는 상당히 긴 용어가 붙는데, 인간의 생태와 생김새 등을 설명하기에 이렇게 많은 용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몸은 긴 시간을 거쳐오며 지금의 가치와 생각을 지니게 되었지만, 그에는 옳지 못한 가치도 상당수 있다. 사피엔스의 몸을 통해 몸을 넘어선 가치에 대해서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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