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주한 고호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도 유쾌했다. 우리나라이기에 가능한 상황이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도 했다. 혹시나 몰라 책 첫 장에 정부의 허가 없이 임의로 하는 북한 여행은 불법이라는 내용을 토대로 역시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 김사끝 여사의 보살핌을 받은 최인찬, 최인지 남매. 인찬은 현직 경찰이고 인지는 직장인이다. 할머니는 한 번씩 남매에게 북한에 두고 온 금괴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은 평양에서 막대한 땅을 소유하고 있던 지주. 지금의 재벌집 외동딸이었다고 한다. 위로 세 명의 오빠(일억, 이억, 삼억)가 있지만, 남아선호사상이 짙었던 지라 딸은 그만이라는 뜻으로 사끝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 할머니. 있는 집안인지라 아버지는 첩을 계속 들였다. 점점 어려지는 첩을 보면서 막내 사끝은 첩이 가지고 온 화장대를 박살 내놓기도 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김부자 집의 머슴이었지만 배려로 해방된 부부의 아들 리삼태는 인민위원장 완장을 차고 나타난다. 그렇게 증조부는 나무에 달려 매를 맞다 유명을 달리하고, 할머니의 두 오빠 역시 살해당한다. 증조모 역시 화병으로 돌아가시고 홀로 도망을 쳐 온 할머니는 남한에서 그렇게 고난을 겪으며 아들 내외마저 앞세우고 힘든 생을 사셨던 것이다. 집 주소조차 가물가물한 평양. 증조부가 땅에 금괴를 묻는 걸 봤던 할머니는 꼭 금괴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유언으로 자신이 입고 온 한복을 수의로 입혀달라는 할머니의 말을 떠올린 인찬은 저고리를 살피다가 저고리 목 부분에서 이상한 걸 발견한다. 바로 평안남도 평양부 신양리 4통 7반 외양간 옆. 바로 할머니의 집 주소였던 것이다.
할머니의 장례를 마친 후, 두 남매는 평양으로 가서 숨겨진 금괴를 찾기 위한 행동을 개시한다. 브로커 원 씨를 만나 평양으로 잠입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고, 기치를 발휘한 꽃제비 애꾸 덕분에 마침내 마주한 할머니 집.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던 그곳은 학교 부지로 공사 중이었다. 과연 인찬 남매는 할머니의 금괴를 찾을 수 있을까?
인찬 남매와 별개로 청봉악단의 가수 리손향의 이야기 또한 펼쳐진다. 손향의 할아버지가 과거 김일성과 함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손향은 소위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역시 덕분에 당에서 높은 자리에 있었고, 그녀 역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타고난 외모와 목소리로 그녀는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남한 공연을 위해 삼지연관현악단에 소속된 손향은 그날 이후로 모든 공연 자리에서 이름이 빠진다. 급기야 아버지가 붙잡혀 가고 엄마와 손향도 쫓겨나게 된다. 과연 손향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처음에는 관계없어 보였던 두 이야기가 연결고리를 통해 이어진다. 그 연결고리에는 과거의 인연이자 악연이 맞물려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평양 골드러시. 현 시가로 100억이 넘는 금괴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