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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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상도의 작가로 알려진 최인호 작가가 타계한 지 벌써 10주기가 되었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이 책은 2007년 꽃밭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에세이집을 10주기를 맞아 새로운 표지를 입혀 재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그동안 마주했던 소설가 최인호의 뒤편에 인간 최인호, 남편 최인호, 천주교인 최인호, 친구 최인호 그리고 다시금 작가 최인호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이 책에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와 천주교인으로 겪은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아내인 황정숙 여사가 궁금해진다. 작품 속에서 만난 작가는 왠지 무뚝뚝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다정다감하다. 대학교 때 만났다니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일 텐데, 그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도 여전히 애정 어린 눈으로 아내를 바라볼 수 있다니 같은 여성으로 부럽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황 여사의 내조가 탁월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아내의 목소리가 담긴 부분도 있지만, 아내를 알고 있는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 그녀의 됨됨이를 적어내린 글을 마주하자면 두 부부가 참 따뜻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황 여사에 관한 글 중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불친절한 사람과 상대할 때에는 더욱더 친절해져요.

그러면 어느 틈엔가 상대방도 변화되어 친절하게 된다고요."

친절하지 않은 점원을 마주했을 때, 나 역시 친절하게 굴고 싶지 않아진다. 때론 화가 나기도 한다. 특히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막 들어선 참인데도 화를 내거나 퉁명스럽게 대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근데, 황 여사의 반응은 달랐다. 오히려 자신의 친절함으로 상대를 친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마치 해와 바람 중 나그네의 옷을 벗겼던 것이 해 인 것처럼, 그녀의 선한 영향력은 상대도 선하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 전반에 걸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등장한다. 정치나 경제, 교육과 문화계 곳곳의 이야기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등장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반목하고 서로 와해된 정치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아, 광복은 왔으나 해방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전쟁은 끝났으나 평화 역시 오지 않았다.

구속에서 풀려났으나 자유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식민에서 벗어났으나 독립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학자도, 사회문화학자도 아니지만 그는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한 눈을 지녔다. 그래서 그의 부재에 가슴이 아프다. 그때로부터 10년 넘게 흘렀음에도 우리 사회는 서로를 향해 보이지 않는 총을 겨누고 있는 현실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드러난 그의 인간관과 정체성은 따뜻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안다. 무조건 곧지만도 않다. 때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아량도 담겨있다. 가족들과의 이야기,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며 쓴 글, 학창 시절과 민단계 선배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 속에 자신만의 색과 애정을 담았다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최인호라는 작가의 다른 면을 마주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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