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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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은, 인간의 자기합리화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드러나는 사실을 마주하고나자 소름이 끼쳤다.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글쎄... 그렇다고 무작정 이해하고 넘어가기에 피해자는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할까?

에덴 종합병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병원장인 차요한이었다. 근데,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던 차요한은 이날 오전 9시 연명치료를 마치고 호흡기를 떼어내기로 되어 있었다. 자연히 죽을 사람을 왜, 누가, 어떤 이유로 살해한 것일까?

SJ 로펌의 차도진 변호사는 새해를 코앞에 둔 이날도 출근을 했다. 딱히 어디 갈 곳이 없기도 했지만 홀로 보내기는 씁쓸했기 때문이다. 그런 도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도진이 출근할 줄 알고 박 사무장이 딸에게 도시락 심부름을 시킨 것이다. 그리고 퀵서비스로 전달된 편지 한 통. 편지를 읽는 순간, 도진은 앞이 캄캄해졌다. 쪽지에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유민희 간호사의 변호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지키지 않는다면, 15년 전 그 일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협박이 담겨있었다. 15년 만에 도진은 고향 선양으로 향한다.

서울 강력 범죄수사과장 황우식 총경은 설 첫날 정연우 경위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당장 짐을 챙겨서 김상혁 경사와 함께 선양으로 내려가서 살인사건을 조사하라고 한다. 서울에서 4시간가량 걸리는 지방인지라 탐탁지 않은 데다, 과거 부사수였다가 연우와의 사건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져 경제팀으로 이동한 상혁과는 껄끄럽기만 하다. 하지만 황 총경의 명령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선양으로 향한다.

차요한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간호사 유민희였다. 그녀는 바로 김형근 실장에게 알렸는데,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신고된 시간 사이에는 30분 이상이 걸렸다. 주변을 조사하던 선양 경찰서 강력반은 피가 묻은 볼펜을 발견하고, 볼펜에서 유민희의 지문을 찾아낸다. 유민희를 불러 조사를 진행하는 연우 앞에 도진이 나타난다. 유민희의 변호를 맡았다고 한다. 용의자로 특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도진은 서울에서 내려온 것일까? 유민희에게 살해된 사람이 차요한이라는 사실을 들은 도진은 패닉 상태가 되어 갑자기 뛰쳐나간다. 피해자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사실 선양은 광산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석탄 채굴로 빈 광산이 되어버리자 카지노가 들어선다.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들의 진폐증을 치료하기 위해 선양에 세워진 에덴 종합병원과 그 일에 평생을 바친 차요한에 대한 신망은 두텁다. 하지만 도진의 등장과 함께 15년 전 사건이 수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빨리 사건을 접으려고 하는 선양 경찰서 강력반 심재훈 팀장도, 선양 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곽철호 총경의 반응도 무언가 이상하다. 이들 안에는 드러나지 않은 뭔가가 있다는 촉을 느낀 연우는 사건을 촘촘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하는데...

사건이 진행되면서 차요한을 살해한 진범과 함께 과거 도진과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사건이 무엇인지에 포커스가 맞추어진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 또한 마지막에 드러난다.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추악한 지, 그리고 사람의 가치를 오로지 돈으로 평가하는 세태 속에서 결국 피해자가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이 참 씁쓸했다. 결국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각종 비리와 유착이 사건을 어떻게 교묘히 감추는지, 추악한 민낯을 보기만 해도 구토가 치밀어 올랐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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