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사과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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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 내용도 신선했다. 첫 장면은 토마토에 대한 역사 속 토마토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등장한다. 최음제로 사용된 맨드레이크와 닮았다는 이유로 토마토를 먹으면 늑대로 변한다는 말도 안 되는 악명을 씌웠다고 한다. 현재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토마토의 웃픈 과거라 할 수 있겠다.

탈북인이자 소설가인 주인공 표기(키즈). 남한으로 넘어와서 소설을 쓰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하다 못해 출판사에 작품을 기고하지만 퇴짜를 맞기 일쑤다. 그런 그가 이번에 쓰고 있는 작품은 흡혈귀 샐러리맨의 이야기다. 우연히 SNS를 통해 알게 된 알즈라는 여인과 원나잇을 즐기게 된 키즈. 문제는 그날의 기억이 흐릿하다는 것이다. 물고 뜯은 기억은 있지만, 함께 밤을 보낸 기억은 없으니 말이다.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1년 만에 재회한 알즈는 그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키즈가 쓰고 있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까지 말이다.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샌 것일까 싶을 정도다. 그런 키즈에게 알즈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피 맛보기 밴드에 관심이 있냐는 말이었다. 키즈는 사실 소설을 쓰면서 자꾸 막혔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이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리얼한 표현을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 속에 있었다. 그의 고민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즈는 표기를 늑대의 사과라는 카페에 초대한다. 표기는 키즈라는 닉네임을 갖게 된다. 섹티가 아닌 피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 속에서 청일점이 된 키즈는 그렇게 흡혈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늑대의 사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우선 키즈는 피 맛을 알고 싶었다. 샐러리맨이 본 피 맛 말이다. 첫 타자는 바로 알즈였다. 그들은 서로의 몸 여기저기를 깨물며 피 맛을 본다. 알즈의 피 맛은 상큼했다. 그렇게 카페의 회원들과 피티를 즐기기 위해 약속을 잡는 키즈. 그러던 중 탈북인 친구 남조의 동생 남애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 표기. 남조가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사라져서 경찰이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남조의 이야기를 접한 후, 키즈는 샐러리맨이 여중생의 가슴을 물었다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지만 이번에도 막히고 만다. 카페 회원 중 중학생이 있다는 소식에 그녀를 만나는 키즈. 그리고 소설이 다음 내용을 쓰기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샐러리맨의 연애와 사랑, 주식 투자 실패 등의 감정을 느끼고 싶었던 키즈는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 또한 같은 경험을 하기 시작하는데...

물론 리얼한 체험을 글로 옮겨서 더 실제적인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키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글쎄... 꼭 경험을 해봐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그렇다면 살인에 관한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는 실제 살인을 경험해야 한다는 걸까? 하는 생각에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렸다. 작품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체제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키즈와 남조를 그런 식으로 몰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보았다. 적나라한 용어들이 실제로 등장하고, 카페 회원들 간의 카톡과 같은 대화 내용 중 다양한 이모티콘들이 등장하는 것조차 구체적으로 적혀있어서 그런지 더 실제적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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