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콩닥콩닥 풋풋한 설렘과 조마조마하는 마음 그리고 눈물이 핑 도는 사랑을 모두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이 얼마 만에 느끼는 연애의 설렘인가? 나는 이런 사랑을 못해본지라, 읽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또 책을 통해 이렇게나마 간접 경험을 했으니 그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대학 시간강사 백여름은 겨울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다. 오늘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 태형과 웨딩드레스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다. 열렬히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조건이 맞는 그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름. 다음 학기부터 여름과 전공이 겹치는 교수가 임용되었기에 더 이상의 강의 자리를 없다. 늦을까 봐 종종걸음을 치는 중, 태형으로부터 일이 늦어져서 함께 드레스를 보러 못 가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리액션이 서툰 그와 같이 보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 보는 게 낫겠다는 마음을 먹고 내려가던 중, 환한 불빛과 함께 머리의 뜨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깨어난 곳은 카페다. 그날 그녀는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BCD 카페로 이동한다. 탄생(Birth)과 죽음(Dead) 사이의 그 무엇은 과연 선택(Choice)일까, 기회(Chance)일까? 저승으로 이동하기 전 1년간의 삶의 시간이 허락된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서 다시 살아보고 싶던 그 1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여름은 23살 그 여름을 선택한다. 여름의 첫사랑이었던 유현을 만났던 그때로 말이다.
과거 유현과의 기억은 이렇다. 여름이 선택한 그날은 MT를 위해 혜지와 함께 답사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생리통으로 몸이 불편했던 혜지 때문에 혼자 길을 나선 여름은 바로 앞에서 버스를 놓친다. 잠시 후 한 남자가 여름에게 말을 걸어온다. 알고 보니 1년 선배인 약학과 학생이었다. 그날 하루를 함께 보낸 후, 그들은 서로 아는 사이가 된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유현이 싫지 않았지만, 여름은 1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 선우가 있었다. 학과 선배인 그는 예의 바르고 그녀를 많이 아껴주는 사람이었지만, 그에게 사랑의 감정이 있진 않았다. 하지만 유현은 달랐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여름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취업 준비로 힘든 선우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유현과 선우 사이에서 갈팡질팡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유현을 밀어내는 여름. 하지만 잊을 수 없었다. 취업 합격 발표를 들은 날, 여름은 선우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그리고 유현을 만나러 가지만, 유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들은 얘기는 같은 학과 친구와 함께 유학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렇게 유현과의 인연은 끊어진다.
어차피 죽은 것. 여름은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기로 한다. 유현과의 관계를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리고 답사 날로 돌아간다. 유현을 다시 만나게 되고, 유현과 시간을 보낸다. 이미 마음을 정한 여름은 선우에게 헤어지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유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한다. 근데, 왜일까? 유현이 자꾸 여름을 피한다. 유현과 함께 듣기로 한 심리학 수업에서 한 학생이 유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여름이 보기에도 너무 매력적인 그녀. 심리학과 학생인 가을이었다. 여름을 불안해진다. 가을에게 유현을 빼앗길까 봐... 함께 MT를 가기로 한 날 아침, 교수들의 불참으로 여름의 철학과와 유현의 약학과가 조인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날, 유현의 마음을 듣게 되는데...
콩닥콩닥 연애의 기쁨을 알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여름에게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유현은 그것을 모르는 거 같아서 내가 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드러나는 그녀와 그의 이야기. 책의 대부분은 여름의 관점에서 쓰인 이야기다. 마지막에 가서야 알게 되는 유현의 이야기가 너무 가슴 아팠다. 예상치 못한 반전 앞에서, 두 마음이 공존했다.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름과 유현의 사랑이 더 가슴에 와닿았던 걸까?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을 색다른 소재를 통해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롭고 설레는 시간이었다.
내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여름에게 선물처럼 주어지는 1년. 그렇기에 더 소중했던 그 시간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언젠가를 위해 아껴두기 보다 오늘을 위해 과감히 행동해 보자. 오늘은 오늘 일뿐이고,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