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림동에서 묻지마 범죄로 사상자가 발생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묻지마 범죄가 일어났다.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 앞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더 각박해지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어간다.
조예은 작가의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역시 묻지마 범죄가 등장한다. 야무시에는 두 종류의 아파트가 있다. 씨더뷰파크 아파트와 레인보우 아파트. 전자는 소위 뜨는 동네에 돈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아파트이고, 레인보우 아파트는 지은 지 40년이 넘은 아파트로 이런저런 상황으로 밀리고 밀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씨더뷰파크 아파트에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난다. 일명 이사 떡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집 앞에 놓여있던 이사 떡인 꿀떡 소 안에 청산가리와 복어 독 등이 들어 있었고, 떡을 먹은 사람들 중 9명이 사망한다. 이 사고로 야무시 시장인 한정혁은 아들과 동생 내외를 잃는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조카 한도하는 큰 아버지 정혁과 살게 된다.
또 한 명의 피해자는 한정혁의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였다. 엄마와 고시원에서 살다가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은 황화영은 가출 청소년들의 아지트로 불리는 레인보우 아파트에서 거주하게 된다. 그녀에게는 꿈이 있다. 2천만 원을 모으는 것이다. 왜 2천만 원이 필요한 것일까? 이유는 엄마의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다. 화영은 엄마가 떡을 먹고 사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린 시절 떡을 먹다 목에 걸려 죽을 뻔한 엄마는 떡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가 꿀떡을 먹다니... 뭔가 이상했다. 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밝혀진다. 유튜브로 자신이 범인이라 밝힌 남자는 자살을 하겠다는 예고를 한다. 그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에 화영은 그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이미 그는 자살을 한 후였다. 그곳에서 만난 여자 살인 청부업자 재. 그녀 역시 범인을 죽이기 위해 그곳에 왔지만 그녀가 움직일 새도 없이 자살한 범인을 보고 자리를 피한다. 화영은 재로 부터 2천만 원을 가지고 오면, 화영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날부터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쉽지 않았다. 살고 있던 아파트의 주인인 우영진은 갑자기 화영의 월세를 50% 올린다. 화영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낚시라고 불리는 일은 온라인으로 마약이나 전자 물품을 판다는 글을 올리고 그 글에 구입을 원하는 남자를 모텔로 불러 불법적인 구매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악질의 일이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돈벌이 두 개를 놓친 화영은 다른 선택이 없었다. 얼마 전 길에서 주운 추억의 곰인형 테디베어 해피 스마일 베어를 들고 낚시 일을 하게 된 화영. 영진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 일 때문에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한다. 도끼까지 챙겨온 남자로부터 죽음을 당하기 직전, 갑자기 남자는 휘두른 도끼에 큰 상해를 입는다. 해피 스마일 베어가 도끼를 그 남자에게 휘두른 것이다. 곰인형이 움직이다니...! 결국 해피 스마일 베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화영은 테디베어와 함께 도망에 성공한다. 과연 곰인형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실 사건이 있던 날, 도하는 사촌인 도현보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아버지 한윤혁에 의해 화장실에 갇힌다. 자신은 목숨을 구했지만, 그 일은 도하에게 큰 상처가 된다. 자신이 시험을 잘 보았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죄책감 때문이다. 큰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큰아버지와는 부딪치는 일이 없다. 집 안에서 끔찍한 향을 맡고 거리로 나온 도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깨어나 보니 자신이 테디베어 속에 갇혀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홀로 남겨진 화영과 테디베어 속에 갇힌 도하. 영진의 돈을 훔쳐 재를 만나러 간 화영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털어놓고, 2천만 원을 건네며 자신이 잡길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한다. 과연 화영은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과 함께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조예은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처음 만났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역시 제목만큼이나 특이한 이야기였는데, 테디베어 속에 들어간 도하의 이야기 역시 신선했다. 선한 이미지의 정치인 한정혁의 실체와 엄마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소년 화영. 그리고 어려서부터 비교당하며 가정폭력 속에서 살았던 도하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발전한다. 자신의 손으로 수많은 사람을 무참히 죽이면서 죄책감을 1도 느끼지 못하다 결국 자신이 죽였던 악령들에 의해 살해되고 마는 재나 불쌍한 청소년들을 착취하고 그 대가를 빼앗는 파렴치한 인간 영진의 모습은 소설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