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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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큰일이 일어나도 대부분은 원래대로 돌아온다.

다시 할 수 있다.

다작 작가 이사카 고타로 매년 한편씩 써서 7년 만에 1권으로 나오는 음악 소설이라는 책 소개에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도 똑같지 않을까? 매년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고, 관계 또한 좋아졌다가 와해되었다고 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마술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음악 소설의 정체(?)가 특히 궁금했다. 과거 타 작가의 음악을 주된 소재로 삼아 쓴 여러 권의 시리즈 작품은 마주한 적이 있는데, 과연 같은 성격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치 뮤지컬을 책으로 만든 것 같은 작품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물론 일본어로 된 노래이기에, 실제로 책을 읽으며 들어볼 기회나 와닿는 느낌을 마주할 수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노래 가사와 이야기가 은근히 어우러져서 흥미로웠다.

매년 한 편씩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러 이야기가 매개를 통해 얽혀있는데, 그 접점을 찾는 게 이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넘어 폭력을 겪고 필사적으로 도망친 한 아이는 잡히기 직전 한 남자를 만난다. 에이전트 하루토였다. 소년의 공포감을 느낀 하루토는 적진 사이에 숨겨진 비행기에 오른다. 근데 비행기에는 엔진이 없다. 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엔진 없는 비행기가 날아오르고, 그들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회사원 마쓰시마는 우연히 동기들과 모여서 술자리를 갖는다.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앞자리에 앉은 통통한 여직원에게 스모선수 관련 농담을 건네고, 다행히 그녀가 웃으면서 농담을 받아준 터라 겨우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큰 실수를 한터라, 자괴감을 느끼던 중 본가로 가던 길에 역에서 그녀를 다시 마주한다. 그녀의 퇴사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이 한 농담 때문인가 싶어서 걱정이 된 마쓰시마는 그녀가 조만간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소중한 물건을 떨어뜨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녀가 머물렀다는 이노와시로 호수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게 된다. 이야기의 매개 중 하나는 이노와시로 호수다. 마쓰시마의 회사에는 유난히 사과를 잘하는 과장이 한 명 있다. 너무 과하게 사과를 하는 바람에, 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던 중에, 그와 함께 외근을 나갈 일이 생겼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의 진면모를 알게 되고 그를 보는 눈이 바뀌게 된다.

한편, 에이전트 하루토와 함께 그의 기지로 돌아와 일을 배우는 소년. 그들이 개발중인 비행체는 바로 메미다. 타기에도 무리가 없고, 운전법도 어렵지 않지만 워낙 큰 소리 때문에 적에게 발각될 염려가 크다. 결국 하루살이로 비행체를 바꾼 하루토와 소년은 적진에 갔다가 생포되기 직전의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의 이동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등장한다.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문은 임의로 생기지 않는다. 무언가가 모여야 문이 생긴다. 때론 이름이기도 하고, 때론 같이 나열된 노래 속 동물들이기도 하다. 우연이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내고, 그 인연이 또 다른 이야기로 연결된다. 이노와시로 호수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되찾게 되는 것도 흥미로웠고, 동일한 인물들이 매년 조금씩 발전하고 달라지는 것도 흥미로웠다. 7년의 이야기로 끝날 줄 알았는데, 반전처럼 그 뒷이야기 그리고 더 뒷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타인의 어려움을 그냥 넘길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상황에 개입해서 그들을 돕는 인물들의 모습은 또 다른 선의로 돌아온다는 사실. 그래서 소설의 이야기는 허무맹랑함 속에 따뜻함이 곁들여져있다. SF적 요소가 상당하기에 상상하면서, 곁들여진 노래의 가사와 함께 읽으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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