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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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라는 말이 떠올랐다.

연극 무대나 영상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로 페퍼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을 텐데,

아무튼 조명과 유리를 사용해 다른 곳에 있는 물체를 관객 앞에 보여주는 기술이다.

원래 거기 말고 다른 곳에 숨겨진 물체가 마치 거기 있는 것처럼 등장한다.

다작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만났다. 페퍼스 고스트. 제목을 읽어도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고스트는 귀신인데... 그럼 귀신이 등장하나? 책 중반부를 넘어갔을 때 제목의 뜻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뜻이 그때 등장하는 이유 또한 이해가 간다. 그 장면에서야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알았다.

책 속에는 두 가지 이야기,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현실 속과 소설 속의 주인공이다. 중학교 국어교사 단 지사토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아버지로부터 전해진 능력인데(아버지 역시 아버지로부터 전해 받은 능력이다.), 일명 선공개 영상이라는 이름의 능력이다. 어떤 상황이던지, 비말이 튄 상대방의 다음날 일어날 하이라이트 상황이 단에게 보인다. 10초일 수도, 3분일 수도, 10분일 수도 있다. 이 능력에 대해 들은 것은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날이었다. 자신이 겪었기에 조언해 줄 수 있었던 아버지는 스스로 무엇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말을 유언과 같이 남긴다. (아버지는 자신이 다음 날 사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그 선공개 영상을 통해서 말이다.) 두 명의 학생과 대화를 나눴던 단은 그중 한 학생의 선공개 영상을 보게 된다. 신칸센 열차 탈선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장면이었다. 고민을 하던 단은 사토미 다이치에게 연락을 한다. 자신의 친구인 점술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는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다음 날 정말 신칸센 열차 탈선사고가 일어나고, 학생과 외할머니는 무사히 사고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문제는 학생의 사토미의 아버지인 사토미 핫켄이 단을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우연히 사토미 핫켄을 마주한 단은 그가 신칸센 사건의 배후로 단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털어놓는다. 얼마 후, 단은 사토미 다이치로부터 아빠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사토미 핫켄과 같은 동우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노구치 하야토와 나루미 효코로 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게 되는데...

한편, 단 지사토의 반 학생 중 후토 마리코는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국어 교사이자 담임인 단에게 자신의 소설을 건넨다. 소설 속에는 고양이를 잡아 잔인하게 괴롭히고 죽이는 화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고지모(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를 보고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대신해 복수를 하는 2인조 러시안 블루와 아메쇼가 등장한다. 2인조라 하지만, 성격은 판이하게 다른 둘은 10억 엔의 돈을 받고 과거의 고지모활동을 했던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이 고양이에게 한 짓을 똑같이 해주는 복수를 대행하고 있다. 과거 고지모 후원자이자, 추잡한 인터넷 방송과 가상화폐로 큰돈을 번 바쓰모리 바쓰타로에게 복수를 하러 가던 날, 그들보다 앞서 바쓰타로가 납치된다. 가까스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 바쓰타로를 다시 덮치는 2인조는 바쓰타로에게 복수를 가하던 중, 자신을 납치한 사람 중 한 명이 고지모 였다는 사실을 듣게 되는데...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접점을 통해 얽히게 된다. 사실 중반부를 지날 때까지 왜 작가가 이 두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아놨는지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작가는 이 모든 것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대단한 반전! 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신의 능력을 그냥 넘기지 않고 타인을 돕는 데 사용하는 단. 타인에게 도움을 주지만,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무력감을 느끼는 단의 모습과 고지모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 스스로 똑같은 방법으로 당함으로 인해 복수를 가하는 2인조 그리고 인질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방송에서 입을 잘못 놀려서 인질 전부를 죽게 만든 방송인과 그 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동우회 인물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자아냈다. 누군가는 더 많이 구하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가진 반면, 누군가는 자신이 지은 잘못에 대해 뉘우치기는커녕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대는 모습이 교차되면서 씁쓸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이한 설정 중 또 하는 사토미 핫켄과 단 지사토의 첫 만남에서부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등장하는데, 그 또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힌트를 주자면 영원회귀설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만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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