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야 5와 2는 3만큼 차이가 나니까.
오해는 이해에서 3만큼 깊숙이 들어가면 나오는 거라고.
그러니 우리는 서로 오해할 수밖에 없어.
앨리스 앤솔로지 두 번째 작품은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후속편 격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프로 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이번에도 역시 책을 읽으며 '원작에 이런 내용이 있구나!' 짐작을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원작을 알면 비교하기 좋겠지만, 그렇다고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면, 거울나라라는 일명 거꾸로 나라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세 개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두 번째 등장한 이선 작가의 로리나와 종말 축하 유랑단이라는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우선 거울나라의 앨리스 내용을 몰라도, 작가가 친절하게 적어놓은 각주를 참고하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앨리스가 아닌 앨리스의 언니 로리나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원작에서 소위 조연이나 단역급이다.
늘 여러 방해로 읽고 있던 책의 결말을 읽지 못했던 로리나. 그녀가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은 "세상의 끝에서 종말 축하 공연"이다. 잠에서 깨어난 로리나는 책 속 이야기가 잊히지 않고 결국 앨리스가 갔던 길을 따라 원더 랜드로 내려간다. 로리나가 도착했을 때는 축하공연의 막바지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가자 막이 하나 둘 접히기 시작한다. 막이 다 접히기 전에 공연단장을 찾아내야 지구의 종말을 막을 수 있단다. 우연히 마주한 새끼손가락 크기의 앵무새 로리와 공연단장을 찾기 시작하는 로리나. 그리고 거울나라의 앨리스 속에 조. 단역으로 출연하는 인물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 공연단장을 물어보지만 누구도 공연단장이 누군지 모른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데, 공연단장 만 타인의 연기를 하고 있다는 힌트 밖에는 알고 있는 정보가 없다. 과연 로리나는 공연단장을 마주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세 작품 모두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가지고 각색해 자신만의 색으로 만들었지만, 겹치는 부분은 없었다. 거구로 나라답게 재판의 결과가 먼저 등장하고, 후에 재판이 진행되는 이야기를 통해 푸딩의 살해한 범인을 찾는 추리물 형태의 첫 번째 작품, 앨리스의 조 단역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두 번째 작품, 정상이 아니라 불리는 인물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세 번째 작품 모두 흥미로웠다.
첫 번째 앨리스 앤솔로지를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제는 정말 원작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오히려 반대로 앤솔로지 속에 다룬 앨리스와의 다른 점과 공통점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