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클래식 라이브러리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목승숙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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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그레고르가 시달린 심각한 상처는 - 아무도 빼 줄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사과가 눈에 띄는 기념품처럼 살 속에 박혀있었다- 서글프고 역겨운 그레고르의 현재 몰골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조차 그가 적대시하면 안 되는 가족의 일원이며 혐오감을 억누르고 참는 것,

오직 참는 것만이 가족의 의무라는 계명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듯했다.

드디어 변신을 마주했다. 제목은 익히 들어왔지만,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말이다. 클래식 라이브러리의 두 권(평온한 삶, 워더링 하이츠)를 만난 후 세 번째 만나는 시리즈다. 앞의 책 보다 훨씬 얇은 책이어서, 당연히 변신 한 작품만 담겨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총 4개의 단편(굴, 변신, 학술원 보고, 단식 예술가)이 담겨있다. 네 편 중 제일 길었던, 변신이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것 같다. "변신"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지, 먼저 등장한 굴은 좀 지루한 맛이 있었고, 변신을 만나고 난 후 읽었던 학술원 보고와 단식 예술가는 감흥이 좀 적었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성실하게 일하는 영업사원이었다. 전날부터 몸이 썩 좋지 않았는데, 아침 출장이 잡혀있던 날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몸을 돌리는 것도, 다리를 펴는 것도 평소와 많이 달랐으니 말이다. 겨우 몸을 일으키지만, 몸을 뒤척일 때마다 등의 통증이 느껴졌던 그레고르의 집으로 지배인이 찾아온다. 새벽의 출장을 가야 하는데, 출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레고르를 만나러 온 것이다. 부모가 나서서 그레고르가 아프다는 이유를 들며 변호를 하지만, 지배인은 직접 그레고르를 만나고 싶어 한다. 몸을 일으켜 문 앞으로 다가서는 그레고르는 평소 잠그던 문의 열쇠를 겨우 돌리고 문을 연다. 그런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가족들과 지배인. 급기야 어머니는 실신할 지경이 된다. 그레고르는 이제 사람이 아니라 갑충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름 논리적으로 자신이 출장 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지만, 사람들의 귀에는 짐승의 울부짖음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날 이후로 그레고르는 방에 갇힌다. 여동생 그레테가 그레고르를 위해 음식을 가져다주는데,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도록 그레고르는 그레테의 소리가 들리면 깊숙한 어딘가로 몸을 숨긴다. 사실 그레고르는 그레테가 바이올린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음악원에 보내주려고 했다. 갑충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실행을 했을 텐데,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녀가 자신을 돕기 위한 행동에 뭔가 보답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기에 미안한 마음을 전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그레고르는 그레테와 자신의 뭔가 통한다고 생각한다. 여동생과 달리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반면, 어머니는 아들의 변신에 큰 상실을 느껴서 몸이 아프다. 유일하게 의지할 사람은 여동생일 뿐이다. 주 수입원인 그레고르가 변신한 후, 집안 형편은 더욱 어려워진다. 작은 집으로 옮기고 싶지만, 그레고르 때문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결국 하숙생을 들이는데, 오랜만에 연주를 하는 동생의 바이올린 선율에 취한 그레고르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여동생과 무엇인가 통한다 생각했던 것이 모두 자신만의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레고르의 모습이 참 애처로웠다. 자신의 가족이 벌레로 변한 것에 대해 어느 누가 쉽게 인정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그레고르를 대하는 가족들의 행동과 말에서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그레고르는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변신하였지만, 설령 같은 모습을 가졌다 해도 그리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피를 나눈 가족임에도, 서로의 행동이나 생각, 말에 불쾌감을 느끼고 비난하고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그레고르의 변신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그레고르와 가족들이 가지는 생각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레고르는 여전히 가족을 향해 따뜻한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변신한 순간부터 자신의 아들, 오빠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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