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스트
김찬영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급 져 보이는 표지의 그림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책을 읽고 나서였다. 자세히 보니...로 또였다. 그것도 책 속에 등장하는 1등 상금 60억 원짜리 말이다. 1등 당첨과 수도원이라... 뭔가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 덕분에 이야기가 한층 더 흥미로웠다.

제주도의 에덴 수도원에는 6명의 수사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제일 연장자였던 도미니코의 장례 미사가 있었다. 평생을 청빈하게 살았던 그는 마지막 누울 관조차 소박하기 그지없는 관을 선택한다. 5명이 십시일반 모아서 마련한 평범한 관조차 거부한 그는 다섯의 손길이 담긴 관에 몸을 뉘었다. 도미니코 수사의 장례 이후, 에덴 수도원의 거취가 결정된다. 현 교황청 방침 상 수사가 6명이 안될 때, 수도원은 폐쇄되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억수 같은 비를 뚫고 저녁 미사를 드리던 중, 한 남자가 찾아온다. 김영철이라는 이름의 그는 제주도에서의 멋진 기억을 마지막으로 곱씹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동안 모아둔 돈을 친구에게 사기당한 후, 삶을 정리하려다 과거 받지 못했던 임금 100만 원을 받게 되자 그 돈이 아까워서 제주도를 찾았다고 한다. 수도사들은 정성껏 마련한 식사를 대접하고, 머물 방을 제공한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매주 한 장의 로또를 10년째 같은 번호로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번호는 1,3,5,7,9,11번. 누가 봐도 될 확률이 없는 그 번호를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에 또 구입했다는 영철은 자신을 방으로 안내한 막내 수사 요셉에게 헌금이라며 로또를 건넨다. 근데, 세상에나! 그 로또가 1등에 당첨된 것이다.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힘들게 살고 계신 부모님이 생각난 요셉, 그리고 또 한사람 얼마 전 동생 부부가 크게 하던 사업이 망하고 오갈 곳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라자로 수사 역시 영철이 가지고 있는 로또가 1등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 날 아침, 헌금으로 받은 로또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영철을 찾아간 수사들은 영철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때마침 영철의 아내라고 하는 수빈이 수도원으로 들이닥치는데...

과거 에덴 수도원의 우물은 병을 고치는 기적의 성수로 유명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식수를 사 먹지도 않았고, 식수에 대한 까다로운 검사도 없었을 때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에덴 수도원의 우물은 성수가 아닌 썩은 물이나 똥물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러면서 에덴 수도원은 손가락질을 받는 수도원이 되었고, 주변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사망사건까지 발생하다니... 물론 부검을 하겠지만, 영철이 가진 로또 때문에 살해했다는 누명 아닌 누명을 쓸 수 있는 상황이기에 섣부르게 신고를 하지 못한다.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한다는 베드로 수사와 달리, 다른 수사들은 망설인다. 수빈의 눈을 피하기 위해 우선 영철의 시신을 전에 준비했던 도미니크 수사의 관 속으로 옮긴다. 과연 영철은 왜 죽은 것이고, 이들은 영철의 시신을 수빈에게 들키지 않고 은폐할 수 있을까?

로또 1장 때문에 벌어진 우연 아닌 우연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와 함께 수빈에게 반하게 되는 요셉의 심경을 마주하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었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떻게 풀릴까? 생각지 못한 크나큰 반전 덕분에 놀랐다. 그리고 밝혀지는 영철의 제주도에 관한 이야기는, 우연이 또 다른 우연을 낳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과연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색다른 공간에서의 색다른 이야기 속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