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힐링 소설을 생각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 반전을 맛보기 전에는 따뜻했던 것은 맞다. 아니 반전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했었으니 그럼 힐링 소설인 건가?
주인공 찬휘(류용찬)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다. 늦은 시간까지 일에 몰두하는 그녀는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조만간 죽을 예정이다. 계획은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일주일간 일어난 일은 그녀의 마지막을 위한 작은 배려이자 선물이라고 느꼈다.
사실 찬휘는 5살에 보육원 앞에서 발견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다. 첫 기억이 보육원에서의 일이니 말이다. 그런 찬휘에게는 버려졌다는 것 말고 또 하나의 상처가 있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한쪽 눈의 색이 다른 일명 오드아이다. 푸른 색인 그녀의 눈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눈을 가리기 위해 끼기 시작한 서클렌즈 때문에 눈은 큰 상처를 입었고 결국 실명되기 직전인 상황이 되었다. 찬휘는 그랬기에 누군가와 어울리는 게 힘들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덕에 그나마 밥벌이는 하고 살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심심 포차라는 가게의 전단지를 발견하게 된다. 폐업을 일주일 앞두었다는 그 가게로 발길이 옮겨진 것 역시 일주일이라는 기간이 남았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60대 여 주인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한다. 가게 안에는 먼저 온 손님들로 떠들썩하다. 서로 안면이 있는 것일까? 홍과장, 한실장, 서프로라는 호칭을 주고받으며 한 사건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알법한 중견 연기자의 이혼에 대한 이야기였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사건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엄마의 손길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찬휘를 향한 따뜻한 손길에 매일같이 심심 포차를 찾는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는 사생팬 이야기를 비롯하여 티켓 거래 사기 사건 등이 연거푸 등장한다. 그리고 심심 포차의 주인인 서프로 가 과거 검사 출신이라는 것과 심심 포차에 손님으로 오는 인물들 역시 경찰이나 검사 등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식당에 갈 때도 늘 텀블러와 수저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결벽증이 심한 찬휘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과연 무엇일까? 앞서 말한 예상치 못한 반전의 열쇠를 거머쥐고 있는 서프로는 과연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까?
삶을 포기하고자 했던 찬휘가 따뜻한 서프로의 손길에 생각을 바꿀 것이라는 내 예상은 마지막 장에서 무참히(?) 빗나갔다. 과연 그 어마어마한 반전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아무 의미 없이 흥미로운 사건의 뒷얘기를 다룬 작품일 거라 생각했는데 말미에 가서 이 모든 게 계획(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럼에도 크게 보면 삶을 바로잡아주는 선배이자 부모의 역할을 한 게 서프로 였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