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붉은 안개가 내려오면......

세상이 무너지고......

새로운 차원이 열려......

이계의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선택된 자들만이......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눈을 뜨니 모든 게 어둡다. 이 공간이 어딘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와중에 사람의 소리가 들린다. 하나 둘 사람의 소리가 들리고, 기계음 같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들은 예상치 못한 게임 속으로 초대된다.

안개 미궁이라는 제목은 과거 유행했던 게임의 이름이다. 일명 딥 게임이라고 일컫는 게임으로, 한동안 입소문이 났지만 안 좋은 소문들(플레이어가 자살했다는 등의)에 휩싸이고 현재는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는 게임이 되었다.

같은 공간에 있던 다이버 유민욱, 방과 후 교사 이수영, 재벌 3세 나도열과 그의 애인 하민영, 교수 이부국과 그의 아내 허양자, 피자 배달원 현상철, 트럭 운전사 박광현 그리고 학생인 박영민. 9인은 두 번째 스테이지까지 살아남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게임의 내용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늑대 인간으로부터 도망치기,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하기(선택하지 않았을 때 하늘에서 큰 돌이 내려와서 압사당할 뻔했다.), 식인 나방의 먹이로 한 사람을 버리기 등 갈수록 난도가 높고, 타인의 희생을 얻어내야 하는 게임들이 등장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들은 하나씩 기억을 찾게 된다. 전체적으로 안개 미궁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격인 유민욱은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몸이 기억하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과연 이들은 무슨 이유로 안개 미궁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일까?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은 한 사건이 일어난 날 공교롭게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들과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던 유일한 인물은 유민욱 뿐이다. 그저 방 탈출 게임이나 밀실 살인사건 등을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그 이상의 어떤 새로운 개념이 작품을 이끌어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개념은 무의식 전의라는 것인데, 의식 불명의 환자의 의식을 깨우기 위한 치료법으로 책에 소개된다. 서로의 뇌파를 연결해 숙련된 기술자인 다이버가 적법한 과정 속에서 환자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서 의식을 바깥으로 꺼내는 치료법인데,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안개 미궁 역시 바로 이 무의식 전의로부터 시작되는 게임이자, 복수를 위한 게임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부국. 허양자 부부와 현상철의 실종을 시작으로 이들의 소재를 찾는 가족들이 전직 형사출신인 나도희를 찾는다. 이들을 조사하다 도희는 "안개"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중, 재벌 3세인 나도열과 하민영이 실종된 시기도 같다는 사실 속에서 도열과 민영이 실종되던 날 "안개 미궁"이라는 게임 이야기를 오래 했다는 운전기사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시작해간다. 도희는 일주일 전 자신의 핸드폰에 민욱이 남긴 음성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고, 그가 남긴 단서를 토대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게임은 누가 만들었고, 무엇을 위해 만든 것일까? 오징어 게임처럼 목숨을 건 플레이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그리고 게임의 제작자의 의도를 과연 알아맞힐 수 있을까?

두 세계(현실과 의식 속 세계)가 교차하며 사건을 이끌고 가는 부분이 신선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그저 뻔한 밀실 탈출 게임이 아니다.)였어서 그런지, 흥미로웠다. 마치 헝거 게임 같은 느낌도 들었다. 추리소설답게 원인을 비롯한 이야기들이 하나 둘 드러나는 것을 마주하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갑자기 끝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