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삶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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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가면 집안일이 질서를 되찾으리라 기대하며 살아왔다.

시간이 갔다. 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심지어 이제는 영혼과 피까지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절대 나을 수 없을 것 같았고, 나으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평온한 삶은 제목 덕분에 더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작가의 이름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몇 년 전 연인이라는 소설을 통해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제목과 내용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책의 어조는 잔잔하다. 어조만 보자면 평온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앞에서 이질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사망사건이 3건이나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중 두 건은 주인공이자 화자인 프랑신 베르나트의 가족이다. 시작부터 큰 소리가 등장한다. 프랑신(프랑수)의 5살 아래 남동생인 니콜라 베르나트와 외삼촌인 제롬이 싸움을 한다. 이유인즉, 하녀 출신인 니콜라의 아내 클레망스와 제롬이 부적절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이미 클레망스는 니콜라와의 사이에서 노엘을 출산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클레망스와의 결혼은 제롬에 의해서였다. 제롬이 그 둘이 결혼해야 한다고 설득했기 때문이다. 클레망스와 제롬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된 프랑신은 니콜라에게 그 사실을 전하게 되고, 그 일로 니콜라는 제롬과 싸우지만 니콜라의 일방적인 폭행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제롬은 며칠을 앓다가 사망하기 때문이다. 사실 제롬은 그동안 프랑신 가족에게 긍정적인 인물을 아니었다. 과거 파랑신의 아버지는 R...... 도시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제롬의 투자에 대한 부추김에 공금에 손을 댄 것이 탈로나 게 되고 온 가족은 그곳을 떠나 뷔그로 오게 된다. 하루아침에 가족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가난한 그들의 삶은 고통스러웠으나 하루하루 연명하듯 주어진 일을 해내며 20년을 살았다.

제롬의 장례식 날 새벽, 짐을 싸 떠나는 클레망스를 마주하는 프랑신은 노엘을 두고 가라 이야기하고, 클레망스는 홀로 떠난다. 그날 이후로 프랑신은 노엘을 돌본다. 이 일이 있기 몇개월 전, 니콜라는 찾아 온 티엔. 니콜라로 부터 프랑신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로 그는 그 집에 함께 머물게 된다. 한편, 제롬이 죽고 클레망스가 떠나자마자, 니콜라를 찾아온 뤼스 바라그.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그녀는 니콜라와 다시 연인 관계가 되지만, 사실 그녀가 마음에 품고 있는 남자는 니콜라가 아닌 티엔이었다. 그렇다고 티엔이 적극적으로 프랑신에게 애정표현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뤼스가 티엔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챈 것은 프랑신이었다. 그리고 함께 간 여행에서 티엔이 프랑신을 데리고 나간 날, 모두가 알게 되었다. 뤼스가 정말 관심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한편, 떠났던 클레망스는 노엘이 그리워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니콜라는 그런 클레망스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자기 사라진 니콜라는 기찻길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동생 니콜라의 사망은 프랑신에게 제롬의 사망과는 다른 기분을 안겨준다. 뷔스를 떠나 여행을 간 프랑신은 또 다른 죽음과 얽히게 되는데...

니콜라의 죽음은 죽으리라는 예상보다 더 쉽고 더 처참했다.

죽음은 이제 더는 일어날 수 없다. 나에게는 차이가 중요했다.

나 역시 두께 하나를 잃었고, 옷처럼 나를 감싸고 있던 우연도 사라졌다.

나는 다 벗었다.

가까운 사람의 사망 앞에서 어느 누가 평온한 감정을 내뱉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책 속 어조는 담담함을 넘어 지루해 보이고, 우울하기도 하면서, 그렇다고 큰일이 일어났지만 감정적 동요가 격렬하지도 않다. 그 모든 걸 담아내는 감정이 뭘까 싶었는데, "권태"라는 한 단어가 가장 잘 맞는 단어가 아니었나 싶다.

시간이 가면 집안일이 질서를 되찾으리라 기대하며 살아왔다.

시간이 갔다. 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심지어 이제는 영혼과 피까지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절대 나을 수 없을 것 같았고, 나으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니콜라의 죽음은 죽으리라는 예상보다 더 쉽고 더 처참했다.

죽음은 이제 더는 일어날 수 없다. 나에게는 차이가 중요했다.

나 역시 두께 하나를 잃었고, 옷처럼 나를 감싸고 있던 우연도 사라졌다.

나는 다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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