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3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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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참 좋아하지만, 유달리 복잡해 보이는 시대가 되면 자연스레 손을 놓게 된다. 그러다 보니 수박 겉핥기 식의 단편적인 흐름 정도만 알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다. 특히 세계사의 경우 말이다. 영국사는 글쎄... 아는 게 1도 없다는 게 맞을 듯싶다. 피의 메리와 얼마 전 세상을 뜬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니 말이다. 그래서 "명화로 읽는"이 앞에 붙어있는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알고 보니 벌써 2권의 "명화로 읽는" 시리즈가 나와있었다. 합스부르크 역사에 대한 책은 제목을 본 기억이 있는데, 부르봉 역사는 출간조차 몰랐다. (3권을 읽으면서 부르봉가에 대한 언급이 돼서 궁금해졌다. 추후에 읽어봐야겠다.) 각설하고, 역사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담겨있는데다가 역사와 관련된 그림(대다수 초상화지만)이 등장하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영국사는 헨리 7세부터 시작되는 잉글랜드 혈통의 튜더가부터 스코틀랜드 혈통의 스튜어트가, 독일 혈통의 하노버가 와 그로부터 이어진 왕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영국의 왕가의 생명은 참 짧은 것 같이 보였다. 가문의 이름이 달라진 것은 마치 우리의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듯 전혀 다른 계통이 왕이 되었을 거라 지레 짐작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자면 가문의 이름이 달라졌다고 혈통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방계건 대를 건너서건 미미하게나마 혈통이 이어지고 있었고, 의회와 군주의 협의로 가문명을 바꾼 것이라 한다.

영국사 속에 등장하는 가장 흥미로운 것은 유럽의 여러 나라와 혼인 동맹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 있는 가문 간의 결합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에스파냐를 비롯하여 프랑스 등의 왕족과의 결혼을 통해 자신의 정권을 공고히 하려 노력한다. 참 흥미로운 왕들이 많았다. 바람둥이계의 최고봉을 꼽자면 단연 헨리 8세가 아닐까? 자신의 기호(?)에 따라 왕비를 갈아치우는 그의 능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큰아들 아서의 아내로 데리고 온 에스파냐 왕가의 딸 캐서린은 결혼식을 치르고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을 잃는다. 결국 둘째 아들인 헨리 8세의 아내가 된 캐서린. 그때부터 헨리 8세의 여성편력은 시작된다.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궁녀 출신인 앤 불린을 아내로 맞이하지만,(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원래 형수였던 캐서린과의 결혼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바티칸의 허락을 받지 못한 그는 바티칸과 절연하고 국왕 지상법을 제정하여 영국 국교회를 탄생시킨다.) 그녀 역시 딸 엘리자베스만 낳는다. 물론 다른 여성(제인 시모어)를 통해 아들(에드워드 6세)를 낳지만, 그의 아내는 총 6명에 이른다. 물론 일부다처제가 아닌 일부 일처제에 따라 다른 여성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이혼을 하거나 아내를 못살게 굴어 죽이고 솔로가 된다. 튜더가(메리 스튜어트)에서 이어진 스튜어트 왕조 역시 흥미롭다. 특히 스튜어트왕조의 초대 왕이라 할 수 있는 제임스 1세는 영국 왕이자 스코틀랜드 왕(제임스 6세) 였다는 사실! 세 번째 등장하는 왕조인 하노버 가는 사실 현재 재위 중인 찰스 3세의 윈저가와 다르지 않다. 성이 바뀌었을 뿐 직계라는 사실이 놀라웠다.(하노버가의 마지막 왕이라 할 수 있는 빅토리아 여왕 사후 아들인 에드워드 7세가 왕위를 물려받지만 여왕의 아들이었기에 왕조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

가계도와 그림을 통해 마주한 영국사는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자신의 복수보다는 가문의 운명을 걱정하는 왕이 있는 반면, 자신의 욕심만을 차린 왕도 있었다. 훌륭한 왕이라고 오래 재위하는 것도 아니고, 악랄한 왕이라고 쉽게 망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역사가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앞에 출간된 책들을 읽어봤으면, 영국사의 맥락이 조금 더 편하게 잡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도 역주행을 하는데, 역사라고 못할 일이 있을까 싶다. 영국사에 이어 다른 역사 또한 앞으로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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