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날 우연히도 강강에게 몇몇 행운이 기적적으로 겹쳐졌다.
바꿔 말하면 동물원 측, 특히 웨이잉더에게는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대체로 불행한 사고란 설마 하는 우연이 도미노처럼 연쇄한 결과 일어나는 것이다.
전 작인 도미노 이후 17년 만에 등장한 후속작의 배경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상하이다. 도쿄역을 중심으로 테러단체와 각종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등장했던 전작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역시 상하이의 청룡 반점이라는 호텔을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난다. 물론 앞 권을 몰라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기왕이면 겹치는 등장인물들이 있는지라 전 작을 읽고 본다면 더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후속작이 나오는 데는 17년이 걸렸지만, 작품 속 이야기는 5년이 지난 상태다.
두 작품의 동일 인물이라면 호러 영화감독인 필립 크레이븐과 그의 반려동물인 다리오, 간토 생명에 근무 중인 호조 가즈미와 다가미 유코. 그녀들은 간토 생명에 근무하다가 이치하시 겐지와 결혼과 함께 상하이로 이주한 에리코(가토에서 결혼 후 이치하시로 성이 바뀌었다.)를 만나기 위해 상하이에 온다. 앞 권에서 이치하시 겐지는 피자집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상하이로 이주하면서 초밥 배달 회사인 스시 구이네이를 연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여전히 스피드를 자랑하는 겐지의 가게는 어둠의 세계를 자극하고 있었다.
필립 크레이븐의 반려동물인 이구아나 다리오는 시작과 함께 사망한다. 필립이 머물던 청룡 반점의 주방에 들어갔다가 식재료로 착각한 요리장 왕탕위안에 의해 요리 재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졸지에 가족과 같은 다리오를 잃은 필립은 슬픔에 영화 촬영을 거부하고, 전 자기에서부터 등장한 영화 배급회사 직원인 아베 구미코가 다리오의 영혼이 슬퍼하며 필립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결국 필립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풍수사를 찾아 나서게 되고, 루창싱을 만나게 된다. (루창싱을 오해한 영화제작 스태프들에 의해 또 특이하고 기묘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어떤 상황인지는 직접 만나보자!)
그리고 새로운 등장인물들은 미술작품에 관한 인물들이다. 그림 예의 떠오르는 별인 예술가 차이창윈과 그의 작품 전시 및 판매에 직접 관여하는 골드 드래건 갤러리의 맥스 창 그리고 아틀리에에 근무하는 오치아이 미에다. 이번 상하이 편의 특이한 점은 다리오 뿐 아니라 상하이 동물원에서 이미 탈출 이력이 있는 판다 강강과 동물원의 수색 견인 닥스훈트 찬찬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어둠의 조직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보물과 관련한 이야기인데, 그 전면에 등장하는 동물은 바로 다리오였다. 다리오의 뱃속에서 발견된 박쥐라는 이름의 옥도장이 사건의 키워드가 된다. 다리오는 왜, 어떻게 도장을 삼킨 것일까? 어둠의 조직이 등장한다면 당연히 상대편이 되는 경찰 조직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특히 젊지만 범죄 소탕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경찰서장 가오칭제와 홍콩경찰이자 모비딕 카페 직원으로 잠입한 매기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
다리오를 잃고 슬픔에 빠져 PTSD(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게 된 필립에게 무엇이라도 먹이기 위해 등장한 것은 단연 초밥! 그리고 그 초밥집은 전편에도 연관되어 있는 에리코의 남편 겐지가 운영하는 초밥집이다. 자 이렇게 하나 둘 사건의 장소인 청룡 반점으로 모여든다. 도쿄역과 다른 분위기의 상하이 청룡 반점에서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이야기에 다리오의 영혼이 누군가(?)의 몸으로 들어가고, 사람보다 영악한 판다 강강까지 합류하니 정말 정신없이 벌어지는 한결 업그레이드된 대 환장 파티를 맛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하필 그 시점에 이렇게(마치 우연처럼) 이루어진 판은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한다. 이야기가 뒤섞여 등장하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안 그러면 대 환장 파티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본 도쿄에 이어 중국 상하이를 찍은 도미노의 다음번 활약기는 어디가 될까? 설마 대한민국 서울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