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의 장편소설 도미노. 최근 후속작이 나왔던 터라, 정주행을 시작했다. 첫 장부터 혀를 내둘렀다. 사실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힘든 이유가 등장인물의 이름이 헷갈리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책을 읽으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따로 적어놓는다. 다행이라면 도미노의 등장인물과 주요 대사가 먼저 소개된다는 것이다. 근데 등장인물이 끝이 없다. 앞뒤로 빽빽하게 4페이지에 걸쳐 등장인물(28명)이 나오니 말이다. 도대체 이 책에 왜 이리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걸까? 역시 읽다 보면 그럴만 하구나! 싶다. 초반에는 정신이 없다.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름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고 앞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중반부는 지나야 했다. 거기다 두 페이지 가득 담긴 도쿄역의 지도. 등장인물만큼이나 복잡하다. 입체감 있게 읽기 위해서 + 좀 더 장면을 이하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니 한 번씩 앞장으로 건너오는 것도 좋겠다.
도쿄역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여러 사건과 인물이 등장한다. 15년 전의 소설이라고 하니, 지금과 형편이 다르긴 하다. 마감을 앞두고 탄 기차에서 발생한 사고로 입금이 지연되어 전체 지점이 패닉 상태에 빠진 간토 생명의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든 입금을 받기 위해 과거 인맥을 동원해 오토바이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와 간식을 사러 갔다가 졸지에 범죄자로부터 시한폭탄을 받게 된 이야기가 연결된다. 배우를 꿈꾸는 아이 아유카와 마리카는 상대 오디션 참가자의 엄마가 건넨 설사약이 담긴 음료를 먹고 배탈이 나지만, 전화위복으로 결국 오디션에 합격된다. 그 밖에도 사촌동생의 여자친구를 떼어내기 위해 새로 생긴 애인 역할을 하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와 호러 동호회의 회장이 되기 위해 영화를 보는 대학생들이 자신들이 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을 우연히 마주치기도 한다. 넓디넓은 도쿄 역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이며 사건이 일어난다. 각기 다른 이야기 같지만, 이렇게 저렇게 연결되다 보니 결국은 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고 할까? 다행이라면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아주 우연히 그 시간에 그렇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모든 끈을 완벽하게 연결한 작가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처음에 도미노란 제목과 작품이 어떤 연결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우선 작품 속에서도 혼잡하고 많은 사람들로 인해 도미노처럼 덮친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 일로 인해 독약을 먹었던 여성의 복부의 힘이 가해져 자동으로 약을 뱉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작품을 읽고 보니 차곡차곡 쌓인 첫 번째 블록 하나가 넘어지면 자연스레 다른 블록까지 넘어지는 게 바로 도미노이듯, 도쿄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꼬리가 되고 또 꼬리가 되면서 작품 속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그런 제목이 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신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마치 도미노이자 뫼비우스의 띠처럼 느껴지도 하는 온다 리쿠만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