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들이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만화가 정규방송에서 정해진 시간에 나오던 때에는 매일같이 특정 시간을 기다리며 티브이 앞에 앉아있곤 했다. 그중에서 유달리 기다렸던 시간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평소보다 느긋하게 맞이할 수 있는 아침임에도 분주하게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만화!! 그것도 디즈니 만화가 아침 일찍 방영되기 때문이었다. 9시까지 가야 하는 주일학교 때문이 아닌, 만화 때문에 말이다. 부모님은 일요일 아침이면 디즈니 만화를 틀어놓으셨다. 당연한 알람시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곰돌이 푸를 비롯하여 다양한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50분 정도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하는 우리와 부모님 간에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다행이라면 교회까지 뛰어서 1분 컷이었다는 점?
어렸을 때 부모님이 가게를 운영하셨는데, 우리 가게 옆집은 오락실이었다. 부모님보다 연배가 있었던 오락실 아저씨는 우리 자매의 놀이 상대이자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셨다. 어느 날, 아저씨가 주신 비디오테이프에는 머털도사를 비롯하여 디즈니 만화에 등장한 인물들이 담겨 있었다. 손님이 두고 간 테이프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찾으러 오지 않다 보니 결국 우리에게 주셨던 것이다. 지금처럼 티브이를 맘대로 볼 수 없었던 터라, 부모님이 일하러 가시면 우리는 그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서 수백 번 보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용이나 대사를 다 외울 정도가 되었다. 여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칩과 데일이라는 다람쥐 두 마리였다. 장난꾸러기이자 둘이 토닥거리며 싸우는 두 다람쥐는 지금 생각해 보면 보기와 다르게 영악했던 것 같다.
디즈니 포스터 컬러링북을 마주했을 때, 옛 추억이 떠올랐다. 설마 칩과 데일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아이를 위한 컬러링북이었지만, 그 옛날 디즈니 만화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보다 빨리 칩과 데일을 만날 수 있었다. 보자마자 자동으로 떠오르는 영어 노래와 함께, 매번 당하던 도널드 덕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봤던 만화는 칩과 데일이 있던 나무를 자르려는 도널드 덕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이들을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포스터라는 이름답게, 책 사이즈가 상당히 크다. 대략 B4에서 A3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칩과 데일을 보고 반가워하는 엄마 때문일까? 큰 아이가 선택한 그림 역시 두 다람쥐 그림이었다. 그나마 좀 컸다고 자기 나름의 색으로 그림을 직접 표현한다. 그림이 큼직하기 때문에 칠해야 하는 분량이 많긴 하지만, 그렇기에 온 가족이 함께 칠하며 추억을 쌓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 밖에도 곰돌이 푸(여동생이 최애 만화로 티거를 참 좋아했다.), 미니 마우스와 미키마우스, 구피, 코끼리 덤보, 아기사슴 밤비를 비롯하여 라이언 킹이나 신데렐라 등 다양한 디즈니 만화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다.
보너스로 과거의 포스터들이 풀 칼라로 등장한다. 처음에 나왔던 그림의 실제 포스터들이라서 그런지, 포스터를 보니 또 옛날 기억이 솔솔 떠오른다. 실제 포스터를 보면서 색칠해도 좋을 듯싶지만, 앞뒤로 나누어 있어서 쉽지는 않을 듯하다. 아이들은 컬러링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부모들은 추억의 포스터를 보면서 옛 만화와 추억을 떠올리면 가족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