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준 너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
고자쿠라 스즈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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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콩닥콩닥 떨리는 연애의 감정을 느끼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짧은 편지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는 것. 모든 게 빠른 지금의 시대에서 보기에는 답답하고 느린 듯 보이지만, 그런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겨서 설렘을 더 도드라지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다 보니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시절 좋아했던 선배가 있었다. 편지를 쓸 용기는 물론 고백을 할 용기는 더더욱 없었다. 근데 편지가 왔다.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편지와 함께 인형도 들어있었다. 아쉽게도 친한 친구들의 장난이었지만(나중에 보니 내가 좋아했던 선배는 같은 학년의 안면이 있는 친구와 이미 사귀고 있어서 마음을 접었다.), 잠시나마 콩닥콩닥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오랜 소꿉친구 이치노세 가이토를 좋아하는 아이하라 미즈키는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쉽지 않다. 앞자리에 앉았던 리쓰와 친해진 미즈키. 리쓰는 성격도 좋지만, 예쁜 외모를 가졌다. 그리고 가이토와 우연히 만날 때마다 미즈키와 함께 있던 리쓰는 결국 가이토와 사귀게 된다. 오랜 짝사랑 상대 가이토를 졸지에 리쓰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에 리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미즈키는 축구부인 가이토의 경기를 몰래 볼 수 있는 명당자리인 도서관에 가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펴놓고 가이토를 지켜본다. 그날도 역시나 가이토를 몰래 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은 미즈키는 마음을 꺼낸다. 근데, 마음에서 편지 한 장이 떨어진다. 미즈키가 눈에 밟혀서 꼭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편지였다. 당황스러웠다. 미즈키는 사토라는 사람이 찾는 상대가 진짜 자신이 맞는지 궁금했고, 그 편지의 답장을 "마음" 안에 넣어둔다. 그렇게 사토와 "마음"을 통해 편지를 주고받게 된 미즈키는 조금씩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게 되고, 사토와 책으로나마 무언가를 주고받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사토의 정체가 누구인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어느 날, 도서 위원인 3학년 선배의 이름이 사토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편지 친구의 정체가 아닐까 의심을 갖는다. 한편, 그날도 역시 사토에게 온 편지를 읽기 위해 마음을 빼려고 다가간다. 근데 미즈키보다 먼저 마음을 꺼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문제아로 이름난 스기우라였다. 졸지에 사토와의 편지를 스기우라에게 들키고 만 미즈키. 그의 반응이 걱정되기 시작하는데...

책의 시작부터 미즈키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사토의 정체가 궁금했다. 조금이라도 책에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용의선상(?)에 올리고 관찰했다. 내가 예상했던 인물이 관련은 있었지만, 그는 아니었다. 공부는 잘하지만,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서툴렀던 미즈키는 자존감이 낮은 것 같았다. 그랬기에 오래도록 마음을 주고 있던 가 이토에게 고백할 수 없었다. 리쓰와 친하게 지내는 사쿠라와 마이가 자신의 뒷담화를 하는 것을 듣고도 대놓고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문제아라고 불렸던 스기우라와 편지를 계기로 친해지는 미즈키의 모습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었던 것 역시 편지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누군가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신을 바라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평범하고 자신감 없던 삶이 조금씩 변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여러 명의 사토 중 진짜 사토를 알게 되는 순간.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과연 이들은 만날 수 있을까? 한편의 순정 영화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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