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일리아스 - 트로이의 노래 한빛비즈 교양툰 22
동사원형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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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의 작가 호메로스에 의해 쓰인 인류 최초의 서사시 일리아스. 이 책은 고전의 고전이라 불리는 유명한 책이다. 그럼에도 접근이 쉽지 않은 이유는? 서사시임에도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늘 마음에는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또 "만화로 보는" 시리즈를 통해 만나게 되니 부담이 한결 덜어진다. 일리아스의 주제는 인간의 분노와 용서다. 여기서 인간은 그 유명한 아킬레우스다. 신인 테티스와 인간인 펠레우스의 아들로 태어난 아킬레우스는 반신반인이다. 일리아스의 주된 이야기는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과 결을 같이 하는데, 트로이 전쟁의 시작을 알기 위해서는 아킬레우스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모를 자랑하는 테티스는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구애를 받았으나, 테티스의 자녀가 아버지 보다 더 위대해진다는 예언 덕분에 그 둘은 결혼을 포기한다. 결국 인간인 펠레우스와 결혼하게 된 테티스. 그들의 결혼에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등장했으니,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였다. 에리스는 자신을 초대하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고 불화의 씨앗을 놓고 간다. 그 유명한 황금사과다. 문제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이 황금사과를 바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트로이 전쟁의 서막을 자랑하는 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황금사과의 주인이 자신이라 생각하고, 결국 사과 주인을 선택하게 된 것은 트로이의 파리스였다. 이 세 여신은 파리스에게 자신에게 사과를 준다면 권력과 부(헤라), 명예(아테나), 사랑(아프로디테)를 주겠다고 이야기하고, 파리스는 결국 아프로디테를 선택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주겠다는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헬레네를 보인다. 문제는, 헬레네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유부녀)였던 것이다. 졸지에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와 그의 형인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은 파리스의 나라인 트로이와 전쟁을 벌이게 된다.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은 사실 인간과 신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파리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헤라, 아테나 그리고 테티스 대 아폴론, 아프로디테, 이리스 등이 합세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제우스 또한 등장한다.(나름 중립으로) 전쟁 속에서 포커스가 맞추어진 것은 바로 영웅들이다. 10년간이나 이어진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10일간의 이야기가 일리아스를 통해 풀어진다. 아킬레우스를 비롯하여 헥토르, 오디세우스, 아이아스, 메넬라오스, 아이네이아스, 글라우코스, 파리스 등 익숙한 이름의 영웅들이 격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리아스의 주제라 할 수 있는 아킬레우스는 왜 분노를 느낀 것일까? 아킬레우스는 사실 그리스 편에서 굳이 싸울 명분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인기녀 헬레네에게 구혼한 사람들은 전쟁에 꼭 참여해야 한다.) 우선 그에게 내려진 신탁은 공적을 세워 이름을 날리고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테티스는 아들의 출전을 막았다. 사실 아킬레우스가 전쟁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은 신탁 때문이라기보다는 아가멤논과의 불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전이 된 전쟁의 양상이 트로이 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자, 아킬레우스의 절친인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 휘하에 미르미돈 사람들을 이끌고 출전한다. 큰 공적을 세운 것에 휩쓸린 나머지, 아킬레우스의 조언을 잊어버린 파트로클로스는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에게 살해된다. 절친의 죽음에 아킬레우스는 심한 분노를 느끼고, 복수를 위해 결국 전쟁에 출전하게 된다. 

 

 

 

 

오래된 서사시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도 여전히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는 인간의 삶의 희로애락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분노와 복수 그리고 용서의 이야기뿐 아니라 세 여신의 싸움에서도 등장했듯이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 또한 삶에서 늘 고민하는 중요한 요소이니 말이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음에도, 절친의 죽음 앞에 자신의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던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원수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아버지의 비통 그리고 용서에 이르는 인간이 가진 절묘한 감정들을 풀어낸 일리아스. 원전을 읽기 부담스럽다면, 우선은 만화로 보는 일리아스를 통해 전체적인 맥락과 분위기를 먼저 접하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반복되는 옛 것(고전)을 통해 현재의 삶의 영향과 깊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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