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부터 역사를 참 좋아했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역사를 무척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글이 마치 내 경험인 것 같이 느껴지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저자가 휴가 때 문화재나 역사유적지를 코스에 포함시켰다고 했는데 우리 부모님 역시 매번 여름휴가 때는 꼭 유적지가 한 개 이상 들어 있었다. 어떤 때는 경주가 통째로 담겨있기도 했고, 시간이 날 때면 고궁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다른 과목을 몰라도 국사와 세계사, 한국지리 등의 과목은 고등학교 때까지 아버지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다행이라면 남편 역시 역사를 좋아한다. 역시나 시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7살이 된 큰 아이가 18번처럼 부르고 다니는 노래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다. 아침잠 많은 아이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틀어놓으면 자동으로 일어나기도 하니 역사 사랑은 대를 이어가는 듯싶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우리 아이가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읽는 역사책 제목을 보고(얼마 전 삼국유사를 읽었을 때처럼) 관심을 가지는 아이의 관심을 더 넓혀주기보다는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던 기억도 책을 읽으며 갑자기 떠올랐다. 다행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아이는 이과임에도 한국사 1등급을 맞은 이유를 어려서부터 엄마가 한국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자연스레 아이가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을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대하드라마나 역사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이덕화 배우가 출연했던 한명회나 전광렬 배우 주연의 허준, KBS1 TV에서 늘 방영하던 용의 눈물,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대장금 등 다양한 작품을 보며 시대상과 역사적 사건을 스토리로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을 교과서를 통해 다시 접하니 마치 예습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저자 역시 역사 공부를 위한 무언가가 아닌, 아이가 관심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매개를 통해 역사에 관심을 가지길 조언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의 스토리를 통해 역사와 친해지기, 다양 유적지 여행을 통해 역사와 친해지기, 박물관을 활용해서 역사와 친해지기, 등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역사 공부를 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역사를 쉽게 접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역사만화를 추천하기도 하고, 엄마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통해 흥미를 끌어내도록 조언하기도 한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역사 공부를 통해 전체적인 스토리를 꿰고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특히 10장에는 궁궐 나들이나 웹툰 등을 통해 역사 공부를 실제로 적용한 사례가 등장하니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역사는 암기과목이다, 어렵다, 복잡하다는 선입관이 있다. 나 역시 조선시대보다는 자주 접하지 지 않은 근현대사는 낯설고 어렵다. 그 시대상을 다룬 매체들을 자주 접했다면 덜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저자의 말처럼 고등학교에 가면 수능을 준비하느라 국영수 공부를 하기에도 빠듯할 텐데, 어려서부터 역사와 친해져서 밑바탕이 깔려있다면 공부가 한결 편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공감한다. 당장 이번 주말 아이와 함께 고궁 데이트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