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스 탐정 길은목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아직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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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했다. 길은목은 이름 같은데, 노비스 탐정은 뭘까? 나와 같은 독자들이 많다는 걸 알았는지, 질문을 하기 무섭게 답이 등장한다. 노비스는 정식 수녀가 되기 전에 견습 수녀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견습 수녀 탐정 길은목이라는 뜻이다. 근데, 뜻을 알고 나니 또 궁금해졌다. 견습 "수녀"가 탐정이라고? 수녀복을 입고 가방을 멘 체 자전거를 타는 길은목. 자전거 바구니에는 하얀 꽃이 가득하다. 바로 백작약이다. 백작약은 소설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보니 확실히 이해가 간다. 철조망도, 십자가의 의미도 말이다.

노비스인 길은목은 침수지역 출신이다. 노비스인 그녀가 보나 수녀에 눈에 띈 것은 악마 그림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침수지역 출신인 것도, 양 아버지인 라산 그룹 정영배 회장이 마리아의 증언자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가장 큰 후원자라는 것도 영 탐탁지 않다. 결국 원장수녀는 길은목을 호출한다. 악마 그림 때문일 거란 예상과 달리 원장수녀는 그녀에게 난민촌과 침수지역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5건의 투신자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맡긴다. 침수지역과 난민촌을 담당했던 강찬미 벨라뎃다 수녀가 큰 충격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데, 그들의 사망의 연결고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망한 5명은 타인을 도왔던 의인인데, 그들은 모두 두개골이 터질 정도로 끔찍한 상태로 사망했다. 처벌로 5일 동안 봉사활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길은목은 그들이 사망한 지역으로 조사를 떠난다. 사망한 사람들과 그들의 자살 전 행적을 조사하던 은목은 그들이 사망한 자리에 백작약 꽃다발이 남겨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차 사망자인 이발사 홍한세의 가족을 만나러 갔던 길은목은 홍한세가 생전 어려운 아이들 이발을 무료로 해주고, 굶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내인 김자영의 식당에서 공짜로 식사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한편, 홍한세의 시신을 발견한 목격자로부터 홍한세가 과거 지적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직접 집으로 와서 이발을 도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건 당일 자신이 홍한세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 이야기를 전한다.

정 회장의 양녀가 되기 전인 12살까지 길은목은 침수지역에서 살았다. 그는 해적으로부터 받은 마약 등을 침수지역에 개구멍을 통해 전달하는 일을 해서 연명했었는데, 홍윤수라는 친구와 함께 지냈다. 상대적으로 몸이 작은 은목이 돌아올 때까지 윤수는 인질로 해적들에게 잡혀있어야 했다. 그날, 정 회장을 만난 후로 지금까지 윤수에 대한 미안함을 잊지 않기 위해 은목은 문제의 악마 사진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사건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이 5건의 사건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죽은 줄 알았던 윤수의 존재가 드러나는데... 과연 이 사건은 정말 투신자살일까, 아니면 연쇄 살인사건일까? 윤수는 과연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사건을 추리해가면서 또 하나 드러나는 게 난민촌의 일상이었다. 일명 방역 완충지역이라 불리는 난민촌은 침수가 진행되면서 각종 바이러스들이 출몰하게 된다. 점점 많아지는 환자들로부터 구분되기 위해 침수지역과 메가시티 사이에 난민촌이 형성된다. 국가에서는 구조하지 않되, 징수하지도 않는다는 원칙 속에서 세금을 징수하지 않는 대신 그들을 돌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똑같이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방역에서 손을 뗀 침수지역은 쥐 떼와 바이러스의 온상지가 되고 그곳 출신들은 대놓고 차별을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침수지역이나 난민촌 사람들이 메가시티로 나와도 모든 것이 안드로이드 기계화되었던 탓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상당하다. 가진 자와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극도로 나뉘는 상황은 인간과 안드로이드처럼 구분되어 처참하게 그려진다. 의인들의 자살 사건만큼이나 가슴 아픈 상황들 속에서 계급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그림 안에 차별이 현실화되는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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