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척의 배만큼이나 기묘하고 가슴 아픈 인연이 책 속에 녹아있다. 사실 호화롭지만 비극적인 타이태닉호의 이야기는 영화를 비롯한 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타이태닉호의 자매선이었던 브리태닉호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궁금해서 브리태닉호를 검색해 보니, 타이태닉호 만큼이나 비극적인 상황에 처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타이태닉호의 침몰 후 승객이 다수 사망한 이유가 구명정이 적었다는 것 때문이었기에, 브리태닉호에는 많은 구명정이 실렸고 배 구조도 바꾼다. 그랬기에 폭파사고에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이 두 척의 배에 얽힌 사연은 무엇일까?
1912년 타이태닉호에 승무원으로 탑승했었던 애니 헤블리. 1등석 손님들을 돕는 승무원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관할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남자 마크 플레처와 그의 딸인 온딘을 객실로 안내한다. 출생 5개월 정도 밖에 안된 아기 온딘과 함께 잘생긴 그의 외모에 애니는 설렘을 느끼지만, 마크에게 곧 아내인 캐롤라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까이하지 않기로 결심을 하지만, 마음만큼 그와의 관계의 담을 쌓는 게 쉽지 않다. 한편 1등석 손님들 안에는 교령회라는 이름의 산 사람들이 죽은 이의 혼령과 교류를 시도하는 모임이 열린다. 이 모임의 이야기는 결국 배 안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4년의 시간이 흘러 애니 헤블리는 친구 바이올릿 제솝의 권유로 브리태닉 호의 간호사로 승선하게 된다. 브리태닉호는 1차 대전에 병원선으로 개조되어 군인들을 치료하고 육지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간호사의 경험은 없지만, 타이태닉호의 승무원으로 탔던 경험이 있고 워낙 바쁜 상황이었기 때문에(애니가 타이태닉호의 생존자라는 사실을 포함해) 그녀는 브리태닉호의 승선을 허락받게 된다. 브리태닉호의 탑승 후, 처음 만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애니. 다리를 절단한 그 남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그는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여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쉬지도 못한 끔찍한 사고를 마주하게 된 애니. 그녀는 이 배에서 4년 만에 마크를 마주하게 되지만, 그는 애니를 피하는데, 마크와의 만남은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데...
참고로 저자는 실제로 타이태닉호와 브리태닉호의 둘 다 승선했던 생존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애니 헤블리는 가상의 인물이고, 친구로 등장하는 바이얼릿 제솝이 실존 인물이다. 두 배의 실제 이야기에 세이렌과 같은 신화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기묘한 고딕 유령 이야기가 완성된다. 조금씩 드러나는 과거의 추악한 실체와 함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의 결말을 통해 또 다른 깊이의 심연을 맛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