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기피증과 탐정이 매치가 전혀 되지 않는다. 내 상식에서는 탐정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도 추리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한정된 자원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후지무라 미사토야말로 진정한 천재 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눈이 안 좋은데도 안경을 맞추러 가지 못할 정도로 타인과 말을 섞는 상황을 극도로 불편하게 여기는 후지무라 미사토는 국립 보소 대학 법학과에 입학한다. 첫날 수업 시간 자기소개 시간이 오자 후지무라는 이래저래 걱정이 앞선다. 타인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대인기피증이 심한 터라 어디로 사라지고 싶을 지경이다. 결국 이래저래 소개를 마치고 다른 학생들이 빠져나가길 기다리다 잠깐 졸고 일어나니 큰 강의실에 혼자만 남아있게 되었다. 강의실을 나서다 보게 된 고급 우산. 과연 고급 우산의 주인은 누구일까? 워낙 고가의 제품인지라, 주인을 찾아주어야 하지만 전면에 나서는 게 고민된다. 말 붙이기조차 어려운 그 인터라 제한된 상황 안에서 추리를 시작한다. 과연 후지무라는 우산의 주인공을 찾을 수 있을까?
이어지는 내용들에서는 역 근처 편집숍인 STURTTIN의 피팅룸에 얽힌 괴담이 드러난다. 후지무라와 같은 처지인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요시키와라는 여학생이 피팅룸에 들어간 동급생이 사라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과연 사람이 사라지는 피팅룸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밖에도 다양한 사건들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다. 음료를 바꿔치기 한 범인을 찾기도 하고 도둑을 잡기도 한다. 대학 신입생이지만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그인지라 그가 겪는 상황은 참 쉽지 않다. 누구에게 물을 수도 없고, 혼자서 추리를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그가 혼자 하는 독백을 보면, 대인기피증 이면에 사람에 대한 피해의식이나 낮은 자존감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도 같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기하기 보다 사건을 풀어내려고 애쓰는 그의 모습이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내기도 한다. 앞으로도 후지무라 미사토 시리즈를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P. S 만약 후지무라를 만나게 된다면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물론 대인기피증이기에 대면이 힘들겠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타인은 당신에게 큰 관심이 없답니다. 그러니 맘 편하게 추리를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