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는 욕망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면,
세상 속의 더 많은 본질을 볼 수 있거든요.
보고 싶다는 욕망이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있어요.
어떤 대상을 본다는 행위가 그 자체로
수많은 가능성을 다 차단해버리고,
그 순간 한 가지만 진실이라 강요하게 만드니까요."
실제 직장 생활에 SF가 가미된 듯한 소설이다.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내용들이나 분위기가 실제적이지만, 접근이 불가한 잔인한 상황들이 기묘해서 또 지극히 소설 같기도 하다.
중견기업인 마이푸드에서 디자인팀의 한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직원이 자살했음에도 마이푸드의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과 직원들을 입조심 시키고, 분위기를 더욱 옥죈다. 사업팀 이제욱 과장은 요즘 바뀐 VIP 때문에 말이 아니다. 이것저것 지시사항은 많지만, 늘 지엽적인 것만 탓하는 VIP 조명지 회장을 닮아 사업부장이자 상무인 김상환은 제욱을 갈구기만 한다. 거기다 조명지는 복귀하자마자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벌인다. 자신의 둘째 형 편이었던 사람들을 밝혀내서 다 잘라내는 작업이다. 그와 함께 마이푸드에서 만든 만두에 자신이 지목한 첨가물을 섞으라는 지시까지 내린다. 사채업자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제욱은 전승완이 말한 첨가물 NR19를 조명지의 지시라는 명목으로 둔갑시켜 만두에 넣기로 하고, 전승완으로 부터 상당 물량을 넘겨받는다. 첨가물을 넣은 만두가 종전의 히트 시키는 와중에 NR19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진다. 갑작스러운 물량을 맞추지 못하게 되자 전승완은 다른 통로를 통해 비슷한 첨가물을 받아 납품하기로 하지만, 그 업체의 전적을 들은 제욱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히트제품인 만두에 불량 첨가물이 들어갔다고 밝혀지게 되면 오히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승완과의 계약을 깨기에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 결국 전승완을 찾아가는 제욱은 그의 부하인 박철민이 큰돈을 만지는 것을 보고 돈을 훔치려다가 습격을 받게 되고 2주 만에 깨어나게 된다. 2주 동안 엄청난 일이 벌어져있다. 코로나의 9차 변이로 공기는 심각하게 오염되고 사람들은 방독면을 쓰고 다닐 지경에 처한다. 2주 만에 직장에 복귀한 제욱. 아무도 그가 2주 동안 사라진 지 모른다. 그 사이 마이푸드는 국가지원 사업체가 되고, 마이푸드 직원들에게는 마스크와 질 좋은 방독면이 제공된다. 이제는 살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떠나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 사이 조명지 회장과 윤덕술 사장은 더 상태가 이상해진다.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는 직원들을, 회의 중간에 살해하기도 하지만 누구도 그에 반기를 들 수 없다. 과연 이 모든 상황은 첨가물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을 알고 있는 제욱은 그 모든 것을 수습하고자 조회장에게 대항하는데...
자신의 뜻과 다른 직원들에게는 가차 없이 철퇴를 가하는 중역의 모습이 괴이하다. 갑질을 넘어서는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사실 직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을 택하는 뉴스를 종종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혹자는 회사를 그만두면 되지, 왜 목숨을 끊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직원들 중에는 차라리 그렇게 살해당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의 가족들은 평생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회사가 어디 있어?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신체에 가하는 위해가 아니라 말로 정신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한 회사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