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 츠지 히토나리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니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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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제대로 된 요리를 할 것.

거기에 그 나름의 시간을 쏟을 것.

그것이 내게는 회복의 첫걸음이 됐다.

낯익은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레시피북을 만나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 blu의 작가. 이 책을 통해 그의 근황을 알게 되었다. 싱글 대디가 되었고, 프랑스에 살게 되었고, 10살에 이혼했던 아들은 이제 장성한 성인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아빠가 아들에게 주는 레시피라는 책의 내용을 듣고 오래전에 읽었던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가 떠올랐다. 그 책은 자신의 딸 위녕에게 쓴 책이었다. 이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빠가 아닌 엄마가 만든 책이라는 것과 레시피가 사진이 아닌 그림이라는 것 정도 일 것이다. 물론 두 작가의 공통점이라면 싱글대디(맘)이 되었다는 것과, 자신의 자녀에게 레시피와 함께 마음을 나누었다는 것이겠다.

사실 작가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모른다. 그저 책 속에 살짝 등장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유추했을 뿐이다. 낯선 곳에서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힘들 것 같다. 아마 그 힘듦이 제대로 표현된 것은 책의 마지막 장이 아닐까 싶다. 이혼 후 아들도, 본인도 큰 상처를 입고 먹는 것조차 잊고 지냈던 시간 속에서 잠든 아들의 눈물을 보고 아빠는 멈춰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먹는 것. 그때부터 작가는 아들을 위한 음식을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한다.

책 속에 담겨있는 레시피들은 작가가 직접 만든 사진이 담겨있다. 프랑스에 살아서 그런지, 대체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음식이 많고(파스타류) 일본인이기에 일본식 레시피가 응용되어 등장한다. 전반부에는 스파게티 같은 면을 이요한 요리가 가득하고, 후반부에는 고기나 생선 등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들이 등장한다. 마지막 장에 쿠키에 이르기까지...

레시피와 함께 저자는 자신의 인생의 경험과 감정을 아들에게 나긋나긋 풀어낸다. 아들이 좋아하는 요리와 함께 아들과의 기억과 경험들이 녹아있다. 비슷해 보이는 식재료들이 등장하지만, 마지막에 완성된 요리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가령 요리의 시작은 다지거나 크게 썬 마늘을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볶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모든 요리의 공통이다. 그 이후 양파를 볶기도 하고, 토마토가 들어가기도 하고, 익힌 해산물이나 고기, 채소가 등장하기도 한다. 요리와 글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엄마 뱃속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난다. 마치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살면서의 환경,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 색다른 요리처럼 각자 자신의 개성을 뽐내며 자신만의 색을 발산한다. 식탁에 둘러앉아 오늘 하루의 일을 털어내며 즐겁기도 하고, 힘든 하루를 넋두리하기도 한다. 똑같은 듯 다른 우리의 삶이 요리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았다.

결혼 전에는 요리하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오늘 뭐 먹을까가 가장 힘든 고민이 된 것 같다. 익숙한 요리들은 아니었지만, 저자의 아들을 향한 마음이나, 인생의 단맛과 쓴맛은 충분히 공감이 갔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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