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Four Seasons)에서 F가 빠지면 이 책의 제목인 우리의 계절(Our Seasons)이 된다. 철자 하나의 차이지만 다가오는 의미는 참 다른 듯싶다. 매년 반복되는 사계절보다는 우리의 계절이 더 와닿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첫사랑인 여의주를 잊지 못하는 고배인.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은 참 행복했다. 그녀가 연주하는 음악은 달랐다. 깊이가 있고, 새롭고, 색달랐다. 그래서 그녀와 평생 함께 하고 싶었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날. 의주를 떠나있는 1년 동안 그녀가 사라질까 봐 괴로웠다. 하지만 당당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배인은 그 1년을 악착같이 견딘 후 의주를 찾았지만 의주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주를 잊지 못하는 배인. 어느 날 갔던 그 바에서 배인은 놀란다. 의주만 칠 수 있는 피아노 소리. 그녀를 따라가지만, 그녀를 만날 수 없다. 그녀를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왜 사라진 것일까? 그녀는 정말 배인이 싫어서 떠난 것이었을까?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고배인. 책 속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참 특이하다. 이야기만큼이나... 특히 고배인 이야기에 등장하는 회사와 용어는 정말 빵 터진다. 회사의 전문 용어지만, 아무리 읽어도 욕 같은 느낌이다. (차마 적진 못하겠다.) 배인과 같이 회사를 다니는 알팀장, 방부재 팀장, 박구자(바꾸자)회장 등의 이름만 읽어도 빵 터진다.
두 번째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신피타고라스 학파장인 마태오다. 숫자로 모든 것을 풀어낸다는 그의 출생의 비밀(?)은 아주 흥미롭다. 세 번째 고양이 묘?j이의 집사인 백수군과 엮인 묘령의 여인 파티시엘과의 사건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의 백수군은 고배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또 엮인다.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백수군, 그런 백수군과 교감을 나누는 고양이 묘?j이. 취업란에 돈이 궁한 백수군(이름 대로다)은 묘?j이와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돈을 벌고 싶다. 하지만 난색을 표하는 묘?j이. 결국 그들은 서로 한발씩 양보해 2달간 수군이 갖은 노력을 해도 돈벌이를 하지 못하게 되면 유튜버로 활동하기로 계약을 맺는다. 방송을 위해 미리(?) 장비를 설치한 것을 보고 화가 난 묘?j은 수군가 싸우게 되고, 그날 이후로 종적을 감춘다. 묘?j이는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중환자인 남식목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이야기는 이어진다. 고배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궁금했던 사실이 속 시원하게 풀린다. 첫 이야기에서 정말 존재감 없던 그가 터뜨린 한방에 울화가 치밀기도 하다. 그들이 머무는 시간이 엮이고 엮어서 또 다른 계절이 된다.
고배인, 마태오, 백수군, 남식목. 각자 다른 그들이지만, 그들은 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이다.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어떻게 얽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