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읽는 사도신경
윤석준 지음, 한동현 그림 / 퓨리탄리폼드북스(PRB)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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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성경은 '죽음'으로 부터 '생명'을 창출하시는 하나님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립니다.

곧 '출생'과 '중생'과 '부활'은 모두 '죽음으로 부터의 생명'이라는 점에서

일관된 그림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뚜벅이 직장인이다. 출퇴근 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읽는이라는 문구와 사도신경이라는 문구가 책 안에서 어우러진다. 이동하는 시간이 무료한지라 그 시간에 나는 거의 책을 읽는다. 이 책 역시 그랬다. 내게는 지하철만큼이나 사도신경도 익숙하다. 오랜 시간 교회를 다녔고, 뜻도 모르는 사도신경을 유치원 다시던 시절부터 외웠다. 그랬기에 익숙하지만, 그 뜻을 곱씹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사도신경의 고백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담겨있다는 사실만 기억에 날 뿐이다.

그토록 익숙한 두 개가 책 안에는 묘한 이질감으로 묶여있었다. 지하철 하면 즐거운 공간이라기보다는 인간 냄새나는, 쪄들어있는 이라는 이미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유의지로 무엇을 하기보다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받아내는 매체라는 저자의 말이 와닿았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지하철은 일상의 공간이었다. 그런 일상의 공간에, 일상적이지 않고 다분히 종교적인 사도신경이 일상으로 들어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그래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첫 장부터 무릎을 치게 되었다. 개역개정 사도신경의 시작은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이다. 과거 사용했던 사도신경인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이다. 둘의 차이가 눈에 보이는가? "전능하신"이 어디에 걸리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과거 사도신경의 경우 "천지를 만드신"에, 개역 개정의 경우는 "아버지 하나님"에 걸린다고 한다. 이 둘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과거의 경우 천지를 만드신 전능하신 하나님은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나와는 연관이 없는 분이라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역개정의 전능하신 하나님은 내 아버지가 되신다. 전능한 능력을 지닌 하나님이 바로 내 아버지 시라는 뜻이다. 그 하나님은 자녀인 우리를 위해 세상을 창조하시고, 세상을 움직이고 계신다. 이 한 줄만 읽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모든 것을 만드신 하나님이 바로 내 아버지 시라는 의미이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내용들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그동안 의미 없이 예배시간마다 내뱉었던 사도신경 안에 이런 깊은 의미와 뜻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했다.

또 예수의 동정녀 탄생과 고난이 연달아 이어지는데, 나 또한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있다. 공생애의 3년간 일어난 많은 일이 있는데, 사도신경 안에는 전부 생략된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의미가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제네바 교리문답을 보면, 같은 질문과 답이 있으니 말이다. 그에 따르면 예수의 속죄 사역만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계속 읽어보면 그 의미를 여실히 깨달을 수 있다.

짧으면 짧을 수 있고, 때론 무슨 의미인 지 이해가 안돼도 그냥 무턱대고 외웠던 사도신경 안에 이렇게 깊은 의미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내 피부에 와닿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니...! 이 책을 접한 후 만나는 사도신경은 다른 의미였다. 마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 기분이라고 할까?

그리스도인이라면, 사도신경을 의미 없이 암기하고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강력히 권한다. 하나님의 섭리와 예수그리스도로 인한 구속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신앙고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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