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큼 수상한 목욕탕의 이야기.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 그 "수상한"의 뜻이 드러난다. 생각지 못한 반전 같은 느낌의 행운 목욕탕의 이야기를 한번 만나보자.
사쿠마 리오, 사쿠마 사오 자매는 오래전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까지 여읜다. 19살인 사오는 학교를 자퇴하고, 타인과 대면하는 것을 어려워하기에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리오가 번역 일을 해서 버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집세도 저렴하고 주인 할머니와 관계도 좋아서 그나마 지내는 데 어려움이 덜하지만 할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비워줘야 할 상황이 된다. 그러던 차에, 변호사 사무실 조수인 구라이시라는 사람이 리오를 찾아온다. 외삼촌의 재산을 상속받는 내용이라는 말에 리오는 당황한다. 알기론 어머니는 다른 가족이 없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머니 아가키 시즈코는 오빠 스나다가 있었다. 외할머니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몇 년 간 투병을 하면서, 옆집 부부가 시즈코를 대신 길러줬다. 시간이 지나고, 외할머니가 낫게 되지만 이미 시즈코와 정이 흠뻑 든 부부는 시즈코를 입양하고 싶어 한다. 어느 날, 부부는 시즈코를 데리고 사라진다. 아이를 빼앗기게 될까 봐 두려웠던 부부는 야반도주를 한 것이다. 그렇게 시즈코와 헤어지게 된 외삼촌 스나다는 동생을 찾지만, 동생은 이미 사망한 터였다. 대신 조카들을 거두려고 했지만, 그 역시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의 유언만이 조카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유산을 상속하는데, 조건이 있었다. 행운 목욕탕을 계속 경영하는 것과 직원인 미나카타 엘렌, 미나카타 글렌 남매를 계속 일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었다. 머물 곳이 없던 차인지라 리오와 사오 자매는 스나다의 조건을 수락한다.
엘렌과 글렌을 만난 사오는 그들이 왠지 모르게 인간 같지 않은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대하기가 편하다는 말을 한다. 한편, 기존 행운 목욕탕을 찾던 고객들로부터 과거 외삼촌인 스나다가 자신들의 고민을 종종 해결해 줬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쉬워한다. 목욕탕을 찾은 할머니 고객들이 고민 아닌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데, 저녁식사 시간 동생인 사오에게 이야기를 전하자 사오는 생각보다 쉽게 답을 찾아주게 된다. 기왕이면 질문을 같이 듣는 게 더 좋을 거란 생각에, 사람을 대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오는 카운터 아래에 숨어서 사연을 같이 듣게 된다. 그리고 사오만의 답을 리오를 통해 전달한다.
어느 날, 한 할아버지 고객이 시계를 놓고 온 이야기를 한다. 불이 꺼진 목욕탕에 갔다가 익숙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그 목소리가 전 주인이자 사망한 외삼촌인 스나다였다고 한다. 이상한 생각이 드는 리오. 그리고 얼마 후, 세무서에 근무하는 고객 미무라로 부터 목욕탕의 회계가 석연치 않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리오. 직원들의 급여가 터무니없이 낮고, 물이나 전기세 역시 너무 적다는 이야기였다. 리오는 이래저래 이야기들이 신경 쓰인다. 확인해 보니 엘렌과 글렌이 받는 급여가 너무 적었다. 저녁 늦은 시간, 목욕탕 영업이 끝났는데 미무라가 시계를 놓고 갔다는 말에 시계를 찾으러 남탕에 갔다가 초록색 불빛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듣고 탕을 본 리오는 엘렌과 글렌 남매와 이야기를 하는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외삼촌인 스나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뜬금포였다. 초월자, 정령, 미물 등의 단어를 보게 되다니... 읽으면서 그저 요증 유행하는 힐링 소설일 거라는 생각에 여러 번의 복선을 지나쳤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엘렌과 글렌의 정체와 관련이 있었다. 그들의 정체에 크게 놀란 리오와 달리,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사오의 반응도 또 다른 맛이었던 것 같다. 역시나 수상한 목욕탕에서 일어난 이야기. 하나 둘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는 이야기 속에서 목욕탕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두 자매와 두 남매의 색다른 케미 역시 맛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