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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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죽음에 대한 공포, 신체 절단에 대한 공포, 그리고 가장 매혹적인 자주성의 상실에 대한 공포,

군중이 동요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그때부터 개인은 생존이 유일한 목표인 생물의 무력한 세포에 지나지 않는다.

군중이라는 생물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일부를 서슴지 않고 희생한다.

세포들은 짓밟히고, 질식하고, 척추가 부러지며, 부러진 늑골에 폐가 찔린다.

처음 만나는 제프리 디버의 캐트린 댄스 시리즈다. 고독한 강이 4번째 시리즈라고 하는데, 읽다 보니 앞 이야기들이 사뭇 궁금해진다. 캐트린 댄스와의 첫 만남부터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동작학 전문가인 그녀는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 형사부 특수수사본부장인 스티브 포스터, 찰스 오버비, 오클랜드 DEA(마약단속국요원)인 캐럴 앨러턴과 함께 협업 중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주변 인물을 조사하던 중, 사고가 일어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질문을 통해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바로 동작학인데 그가 취조한 사람에게는 거짓이라는 낌새가 전혀 없었다. 결국 그를 보내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호아킨 세라노라는 사실을 듣게 되는 댄스는 결국 그를 놓치고, 무기마저 빼앗기게 된다. 이 일로 캐트린 댄스는 민사부로 강등되게 된다.

한편, 클럽 솔리튜드 크리크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는데, 탄 내와 함께 불이 났다는 소리에 삽시간에 클럽은 아수라장이 된다. 문제는, 잘못된 정보가 클럽 안에 흘렀고, 사람들이 순식간에 출구를 찾아 밀려드는 과정에서 압사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잘못 알려진 출구 앞에는 트럭이 막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누가 이 일을 조종한 것일까? 조사 결과 트럭 운전사인 빌리 컬프는 차를 정상적으로 주차해두고 퇴근한 것으로 밝혀졌고, 트럭 안에는 직원들 외에 타인의 지문은 검출되지 않는다.

두 번째 범죄를 준비하는 안티오크 마치. 그가 준비한 범죄현장은 영화관이다. 하지만, 스티브 포스터에 의해 안티오크 마치의 인상착의가 알려지고, 그를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발 빠른 안티오크 마치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사실을 알고 범죄를 중단한 채 다음 사건을 위해 모습을 바꾼다.

사고로 남편인 빌 스웬슨을 잃은 캐트린은 두 자녀 매기와 웨스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남편은 FBI에서 일했다.(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전 작에 나오는 것 같다. 역주행을 해봐야 할 듯하다.) 남편의 부재를 경험할 틈도 없이, 아이들을 돌보며 직장을 다녀야 하는 캐트린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나 역시 워킹맘인지라, 그녀가 겪는 어려움이 피부에 와닿았다.

범인에 대한 윤곽이 생각보다 초반에 밝혀지지만, 그가 왜 이런 일을 꾸미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읽어 나갈수록 드러난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범인인지라, 그곳에서 배웠던 공포에 대한 지식을 실제로 자신의 눈으로 보길 원해 직접 사건을 일으키고, 조종하는 사이코 패스의 모습이 너무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사건을 일으키고, 지켜보는 모습을 통해 마치 자신이 신과 같은 존재라고 착각을 하는 것일까? 타인의 고통을 보고 쾌락을 느끼는 범인의 모습에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한편으로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나타난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내가 살기 위해 타인의 고통과 때론 죽음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가 드러난다. 아마 범인은 그 모습을 즐기고 있으리라...같은 상황 속에서 나는 어떤 부류에 속하는 지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직접 그 상황에 처하지 않고서는 속단하기는 이르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 캐트린 댄스는 어떻게 범인을 추적해갈까? 강등된 큰 이유가 되는 동작학이 과연 빛을 발할 수 있을까? 600쪽이 넘는 벽돌 책인지라, 시작은 부담스럽지만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하다. 우선은 전 작을 먼저 차분히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캐트린 댄스의 전 활약기 역시 상당히 매력적일 듯싶다.

P.S 고독의 강에서의 클럽 이름 솔리튜드(solitude)는 고독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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