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마시 탐정 트리오 한국추리문학선 13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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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정의하자면, 매일 똑같은 일을 해서 얻는 성과가 터무니없이 적은 사람.

곧 죽을 식물, 그건 바로 우리다.

경성 탐정 이상, 부녀자 탐정에 이은 할마시 탐정단이 등장했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실버산업이 각광인 때인지라, 실버타운인 풍요 실버타운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또 다른 캐미를 자랑한다. 할마시 탐정단의 가영 언니, 나숙씨, 다정 할머니는 풍요 실버타운에서 만나게 되었다. 풍요 실버타운은 60세 이상에 노인이면 입주 가능한데, 아파트처럼 평수에 따라 보증금과 매달 100~200만 원 사이의 관리비(식비 및 이용료 포함)를 내야 한다. 전직 미스터리 드라마 작가인 가영 언니, 전직 교사 출신 나숙씨, 손주가 하버드대를 다니는 얌전한 다정 할머니는 일명 실버타운의 고인 물이다. 평온해 보이는 실버타운 안에도 불만이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자유가 없다는 것. 예전처럼 바깥 구경을 하며 아이쇼핑을 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음미하고 싶지만 노인이 되니 낙상사고가 걱정이다. 그나마 다른 곳 보다 이런저런 이용시설이 있는 풍요 실버타운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답답한 걸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노인들이라지만, 사람인지라 타운 안에서도 사건이 벌어진다. 머리 잡고 싸우기는 물론, 체력이 안되니 지팡이 싸움이나 휠체어 바퀴 싸움에다 노년의 로맨스와 불륜까지...?!

타운 안의 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단연 이동과 죽음이다. 가, 나, 다, 라 4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타운에서 혼자 거동이 가능한 노인들은 가동에 있다.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질수록 나. 다. 라로 옮겨간다. 마지막 동은 죽음을 코앞에 둔 24시간 케어를 받는 곳으로, 노인들이 가장 기피하는 곳이다. 그런 와중에 90세의 장여사가 사건을 의뢰한다. 첫 번째 사건은 장여사 방에서 사라진 복권 2장과 접시를 찾아달라는 의뢰였다. 급하게 결성된 할마시 탐정단은 첫 번째 사건을 생각보다 쉽게 해결한다. 할마시 탐정단에 대한 소문이 퍼져서일까? 두 번째 사건 의뢰가 온다. 무려 살인사건이다. 처음처럼 소주를 좋아해 닉네임이 처음이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된다. 전날까지도 활발하게 다니고, 60대의 젊은 나이기에 그녀의 죽음은 석연치 않다. 행정실장인 김 실장이 할마시 탐정단을 찾아온다. 처음이 할머니 사망사건이 자연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타운이 동요하지 않게, 사건의 범인을 찾아달라는 김 실장의 요청에(물론 두 달 치 관리비를 빼주겠다는 조건으로!) 탐정단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선 처음이 할머니와 연관된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김 실장이 둔 단서를 토대로 사건을 파헤치던 중 유튜버 할배로부터 요 근래 처음이 할머니가 식집사로 유명한 민상태 할아버지와 가까이 지냈다는 사실과 그 둘이 큰 소리로 싸우기도 했다는 첩보를 듣게 되고 민상태 할아버지 주변을 미행하기 시작하는데... 할마시 탐정단은 과연 이 사건의 진범을 찾을 수 있을까?

책 속에는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도 만날 수 있다. 박 교장의 몸캠 피싱 사건, 고 여사 부부의 월세 미납 사건도 당당히 해결한다. 한참 이슈인 메타버스까지 등장하다니...! 실버타운이지만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는 할마시 탐정단의 활약기! 생각지 못한 반전도, 감동과 안타까움도 담겨있는 유쾌하지만 한편 씁쓸하기도 하다.

몸은 노인이지만, 마음까지 노인은 아니다. 노인의 삶에도 희로애락과 사랑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그런 그들이 유일하게 거부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다. 아무리 값비싼 보석과 옷이라도 죽은 이의 것은 가까이하기 싫은 것이 그들의 마음이다. 죽음이 따라붙을까 봐 무섭고 두려운 마음들 마저도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여타의 탐정소설 보다 탐정들의 연령대가 상당히 높은지라 활약기 만큼이나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기대하기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할마시 셋의 캐미가 추리력에 인생의 연륜이 붙어서 그런지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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