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둔형 외톨이의 마법
이준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평점 :
은둔형 외톨이라... 책을 읽는 내내 내 옛 모습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준생으로 보낸 기간이 있었다. 원래 방콕을 좋아하는 성향이기도 했지만, 자신감이 없었고 굳이 약속 없이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를 못 찾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 낯설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다 보니 편하기는 했지만, 집 밖이 두렵기도 했다. 그랬기에 책 속에 등장하는 유미와 주원의 이야기가 와닿았던 것 같다.
주원은 베프라고 할 수 있는 친구 재성을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뉴스 속에 등장한 친구의 사진을 보는 순간 재성의 삶이 사라지듯, 주원의 삶도 은둔의 삶으로 빠져들었다. 학교 어디에도 주원은 마음을 붙일 수 없었다. 그렇게 주원은 자퇴를 하고, 누나 부부를 설득해 얻은 방 안으로 스스로를 가둔다.
유미는 원래 부모님과 한 섬에 살았다. 약사였던 부모님을 따라 섬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외지인이었지만, 부모님 덕분에 마을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었다.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서 부모님을 조른 날이었다. 혼자 울 장소가 필요했던 유미는 아무도 없는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근데 유미가 상상했던 것이 현실이 된다. 마법처럼 운동장이 놀이공원으로 바뀐 것이다. 하루에 한 번. 유미는 원하는 장소를 떠올리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공간을 바꾸는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미의 능력은 곧 친구들을 넘어 어른들에게까지 전해진다. 유미를 찾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난다. 언제부턴가 유미는 마법을 자신이 아닌, 타인들을 위해 사용한다.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유미 역시 행복해진다. 하지만, 그날. 그 사고로 유미의 삶은 바뀌었다. 교통사고로 유미만 산 것이다. 유미가 마법을 써서 부모님이 죽었다는 소문은 처음에는 뜬 소문이었지만 어느 순간 진실로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할머니의 손을 잡고 마을을 떠나며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주원과 유미는 은둔형 외톨이들의 모임에서 만났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유들을 가지고 있었다. 용기를 내 모임에 참여하게 된 주원과 유미. 주원은 재성의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유미는 할머니의 죽음이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고, 그들이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도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였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그들의 용기는 또 다른 시작이 되는데...
익숙한 무언가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론 엄청난 노력과 결심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익숙하게 해 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한 일 일 수 있다.
주원과 유미 두 동갑내기의 이야기를 통해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용기에 대해서, 나와 다르다고 쉽게 색안경을 끼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마법 이야기가 담겨있음에도 강렬하기 보다 은은한 향이 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