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램프 군과 과학실 친구들
우에타니 부부 지음, 조은숙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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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과학실험실 도구들이 등장하는 책을 만나니 무척 반갑다. 마지막 초등학교 시절 1년간, 우리 반은 과학실을 비롯한 교구실 담당이었다. 교구실을 담당하던 선생님과 친해지다 보니, 한쪽에 모여 사발면을 끓여먹거나 떡볶이를 해먹는 등 나름 재미있는 추억이 많았다. 또한 당시 친구들과 과학실험도구들을 닦고(닦다가 특히 시험관을 많이 깨먹기도 했다.), 재미있는 실험은 한 번 더 해보기도 했다.(화산 폭발 같은...) 많은 것이 현대화되다 보니 책 속의 알코올램프를 비롯하여 뒷방으로 밀려나는 도구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알코올램프와 뚜껑도 조만간 과학실 한쪽에 있는 열리지 않는 선반으로 들어갈 처지에 놓였다. 바로 가스레인지 군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다. 백엽상 두목의 처지는 더 비참하다. 사실 나조차 백엽상이 뭔지 잘 몰랐는데, 등장하는 실험기구들 소개에 보니 기온이나 습도를 재는 기구가 들어있는 상자라고 한다. 얼핏 본 기억이 있긴 하지만,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십여 년 전 단기 아르바이트로 고등학교 교실을 가본 적이 있는데, 우리 때와 같은 분필이 아닌 보드 마카 같은 물백묵으로 쓰는 칠판을 보고 놀라웠다. 요즘은 물백묵도 아닌 전자칠판을 쓴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할까? 그렇게 보면 과학실험실에서 자주 사용하던 기구들 역시 세대교체를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장단점이 있긴 하겠지만, 전보다 빠르게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현대 우리의 모습과 맥락을 같이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물론 옛것이 다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맞춰 변화를 이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빠르기 때문에 많은 장점을 가진 것조차 몰아내는 것은 안타깝기도 하다. 아마 이 책의 주인공인 알코올램프와 가스레인지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실험실 선반으로 밀려난 물건들의 넋두리와 옛날의 기억들이 책 속에 어우러져서 사회를 향한 이야기를 내뿜는다.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효율성도 좋지만, 효율성만 따지기에 놓치게 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으니 말이다. 교훈을 주기 위한 그림책이기도 하고, 자녀와 함께 읽으며 옛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었기에 읽는 내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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