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해방의 괴물 - 팬데믹, 종말, 그리고 유토피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
김형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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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와 해방. 괴물. 뭔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제목 가득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소제목인 팬데믹, 종말. 유토피아. 철학 역시 괴리감이 느껴진다. 좀처럼 좀비와 철학은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요 근래 좀비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책의 제목만 읽었을 때 장르를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다.

철학이 붙어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흥미를 돋우는 내용들이 상당수 담겨있기도 하고, 저자의 글이 상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빠져서 읽게 되었다. 물론 타 장르에 비해 진도가 좀 느리긴 하다. 읽다보면 쉽게 넘길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고, 특히 "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수 등장한다. 아마도 좀비의 등장은 전염성에 착안해서 등장한 것은 아닐까 싶다. 코로나의 감염성은 우리가 익히 알듯이 어마어마 했으니 말이다. 책 속에서는 좀비와 함께 종말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5개의 차원에 따라 종말의 개념을 설명하는데, 우리가 종말 하면 떠올리는 인류 절명의 순간 뿐 아니라 민족적 종말(과거 나치가 유태인을 학살한 것과 같은)에 대한 종말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실 인류의 입장에서 종말이 의미가 있는 것이지, 전 지구적 혹은 우주적 차원에서 인간의 종말은 그리 중요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자연과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인간의 여죄와 과욕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개념으로 의미를 확장시켜 나간다.

저자의 개념을 확장시켜나가는 방법들이 상당히 논리적이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것들이 자연스레 연결되며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 처럼 좀비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 조차 마치 영화를 본 것 처럼 이해되도록 요약을 해주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설득력 있는 논지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저자의 당부처럼 발췌보다는 차례대로 읽는 것이 이해가 편하다. 연결되지 않는 주제 같지만, 다음 주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책 안에 한 챕터만 읽고 이해하기에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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