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고 재미있는 그림 그리기 - 엄마가 알려주는
황명석 지음 / 좋은친구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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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내가 그림을 참 잘 그린다고 생각했다. 물론 오래지 않아 내가 똥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말이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나는 음악에, 동생은 미술에 관심이 많고 잘 하는 편이었다. 음악을 들으면 악보를 보지 않아도 자연스레 건반을 누를 수 있는 나와 달리, 동생은 무언가를 그려달라고 이야기하면 거침없이 그림으로 표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굳이 그림을 그릴 일이 많지 않았다. 사회생활 속에서는 그림을 그려야 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림과 담을 쌓고 지내는 나름의 평온한 시간을 지내다가 갑자기 그림이 필요한 때가 왔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끼적이는 정도만 하던 아이가 크면서 좀 더 디테일하고, 잘 그린 그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그림 그리기 책을 통해 보고 그리면서 똥손맘의 타이틀을 살짝 반납했었다. 문제는 아이는 계속 큰다는 사실이다. 4살 그림과 6살 그림은 부쩍 다르다. 뭉뚱그렸던 손이 손가락 하나하나를 표현하는 식으로나, 원피스가 아닌 드레스나 장신구에까지 신경을 쓰기 시작하니 말이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그림 그리기 책이 필요할 즈음에 만나게 된 책 속에 그림은 확실히 예쁘지만, 어려워졌다.

그저 도형 몇 개만 나열해서 될 내용이 아니었다. 눈부터가 반짝이는 눈을 표현하거나, 동물의 몸이나 다리 등에도 좀 더 정교한 모습으로 그리도록 구성되어 있다. 전에는 한두 번 끼적이면 책과 비슷한 그림의 동물들이나 꽃이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한두 번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분명히 책을 보고 똑같이 그린다고 했지만, 그려놓고 나면 뭔가 어색했다. 마치 요린이와 셰프의 요리 차이라고 할까?

 

 

 

책 속에는 5종류의 그림 그리기가 등장한다. 동물, 탈것, 곤충, 식물, 바다동물 등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사물이나 생물 뿐 아니라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들을 그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보통 한 장에 두 종류 정도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다른 모습의 동물들이나 어울릴 말한 다른 그림도 같이 소개해 주고 있기에 다양한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무엇보다 저자의 용기를 주는 한 마디가 마음에 박혔다. 나부터도 책과 비슷하게, 잘 그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똑같이 그려야 된다는, 정형화된 모습만을 강요했던 것 같다. 물론 타고난 소질에도 관계가 있지만, 웬만한 것은 연습과 노력으로 조금씩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나도 그렇고, 아이도 그림을 능숙하고 멋지게 그릴 수는 없지만, 둘이 같이 앉아서 책을 따라 그림 그리는 법을 즐기고 있다. 나만의 코끼리, 나만의 나비, 나만의 자동차를 그리며 색칠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다른 모양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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