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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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비슷한 제목의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다. 살인자의 쇼핑몰. 물론 읽어보니 내용은 전혀 달랐다. 쇼핑몰이 장편소설이었던 반해, 쇼핑 목록은 단편소설집이다. 단편소설들이 그렇듯, 책 속에 등장하는 한 작품의 제목이 작품 전체의 제목이 되었다. 표제작인 살인자의 쇼핑 목록은 얼마 전 드라마로 방영되었다고 하니, 더 관심이 갔다. 책 속에는 총 7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표제작이 아닌 용서라는 작품과 이름도 낯선 데우스 엑스 마키나 라는 작품이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주인공의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대학 문창과 교수인 주인공 유수현은 제자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고아였던 제자 안다정에게 먹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게 한 다음 날, 다정이 실종된다. 이미 몇 년이 지난 일이고, 다정이 이미 사망했을 것 같은 기분에 다정을 찾아서 영안실을 배회하는 어느 날, 한 수녀가 푸른 사향노루 향낭을 건넨다. 그 향낭을 지니고 있으면 죽은 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별반 다르지 않은 향낭이지만 망자를 만나게 되면 갑자기 향이 진해진다. 다정을 찾기 위해 수현은 향낭을 싣고 자신의 차를 택시 삼아 운전을 시작하는데...

또 다른 작품인 용서의 주인공 박혁필은 30년 넘게 교직에 있었던 고등학교 선생이다. 가족력인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그는 순간적으로 이상한 경험에 휩싸인다. 갑자기 배가 고픈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몸이 이상해진 것을 깨닫는다. 젖가슴을 내미는 여자와 자신을 보고 미소 짓는 남자. 아기 이룸으로 환생을 한 것이다.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보는 순간 첫 교사로 부임했던 곳에서 만났던 아픈 손가락 효진과 은희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은 혁필에게 평생 죄책감으로 자리 잡는다. 때는 1980년대 시골 여고의 담임이었던 혁필은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반 아이들 중 상당수가 집안 형편 상 수학여행에 갈 수 없다. 반장과 부반장인 은희와 효진 역시 그랬다. 반 전체를 수학여행에 데려가기 위해 혁필을 한 달간 서울에서 불법 과외를 하기로 한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반 전체와 수학여행을 가지만, 버스 교통사고로 혁필을 제외한 모두가 사망하게 되는데...

각 작품마다 자기만의 색이 있다. 주인공은 사람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니 말이다. 샤머니즘적 요소와 환생, 추리와 동물 이야기가 적절히 가미되어서 색다른 맛을 자아냈던 것 같다. 인간의 여러 감정인 공포와 죄책감, 사랑과 후회, 탐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어서 매력 있는 소설집이 만들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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