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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평점 :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마구 폭소는 아니지만 피식하고 웃음을 짓게 만드는 소설을 만났다. 북유럽 쪽 소설들이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외국인들이 우리의 웃음 코드에 박장대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이 작품은 저자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니, 실제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조금 더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총 10권의 책으로 이루어지는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에는 10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중 부제인 즐거운 장례식은 8번째 등장하는 작품의 제목이다. 유난히 추운 날씨의 북극에서 벌어지기에는 뭔가 생동감 있고,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첫 부분에 지도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은근 요긴하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이름이 지도에 실제로 등장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습관적으로 등장인물의 이름을 적는데(특히 외국소설들의 경우), 이번에는 굳이 안 적어도 되었겠다! 싶다.
10편의 소설 각자의 내용은 다르지만, 등장인물들이 겹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알렉산드레라는 작품이었다. 각자의 유머 코드가 있지만, 알렉산드레는 왠지 모를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다. 대부분이 사람의 이름이지만, 알렉산드레는 수탉의 이름이었다. 배에 머물던 수탉이자, 멋진 벼슬과 오렌지색이 돋보였던 수탉과 취중에 친해진 헤르베르트는 닭을 몰래 숨겨서 나오게 된다. 사실 수탉은 자신의 일(수탉으로의 역할)을 마친 후, 수프 속에 희생(?) 당할 처지였는데, 헤르베르트에 의해 구조된 것이다. 그때부터 수탉과 함께 생활하게 된 헤르베르트는 마치 반려견이나 반려묘처럼 알렉산드레를 반려계로 받아들인다. 같이 얼음 덮인 북극을 산책하기도 하고, 닭장이 아닌 자신이 머무는 침대 위쪽에 알렉산드레 전용 방(?)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알렉산드레에 대한 소문을 들은 사냥꾼들은 게스 그레이브로 헤르베르트를 만나러 와서 알렉산드레를 직접 목격한다. 그리고 알렉산드레의 수명에 내기를 거는데...
알렉산드레와 헤르베르트의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동거 기와 더불어 철학 하는 수탉의 모습도 맛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향한 희생과 우정이 종을 넘어서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일반적으로 반려동물로 삼지 않는 수탉과의 이야기라서 더 특별했던 것 같다.
현재 10권의 책 중 4권까지 나왔다고 하니 차례차례 읽어보면서 이국의 경치뿐 아니라 그들의 유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