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신채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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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픈 순간에도 살아가는 것이다.

점점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것을 늘려가는 것.

겁을 먹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

이 책을 만나기 얼마 전, 두찌가 고열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태어나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아이였던지라 마음이 많이 쓰였다. 복직하고 나서도 코로나 때문에 신속 항원 검사를 10여 차례나 하고(어른인 나보다 더 많이 했다ㅠㅠ), 결국은 어린이집 발 코로나로 결국 확진이 되었다. 코로나 때도 심한 열은 아니었기에 다행히 넘어가나 했는데, 웬걸 복병이 버티고 있을 줄이야..! 40도를 넘는 고열을 새벽마다 찍는 아이를 결국 병원에 입원시켰다. 염증수치가 높은 편도 아닌데, 왜 고열을 동반한 것인지 의사들조차 여러 가지 이유를 두고 검사를 지속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입원임에도 입원은 쉽지 않다. 조금 컸다고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돌쟁이 아이를 두고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보초를 섰다.(맞벌이 부모의 숙명이리라...ㅠㅠ) 그래서였을까? 이름조차 낯선 타카야수동맥염을 앓고 있는 어린 저자의 글이 마음에 깊이 박혔다. 저자가 언급하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검색해 봤더니 만성 염증성 질환인데,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다 보니 얼굴이 많이 붓는다고 한다. 문제는 완치보다는 증상 조절에 의의를 두고 치료를 한다고 하니, 몇 년 만 앓는다고 나아질 질병은 아니라는 데 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그녀의 삶에 연민이 생겼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그녀는 정말 잘 살고 있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물론 원하는 것을 스스로 해 가는 데 여러 가지 제약이 많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책 속에 담겨있는 그녀의 글을 만난 순간 참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누구도 큰마음을 가지기 위해 병에 걸리는 걸 원치 않겠지만(병을 앓기 이전에도 그녀의 마음은 컸을지 모르겠지만...^^:;), 병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글을 읽어보면 그녀의 마음의 깊이가 오롯이 느껴졌다.

10대의 나이에 이런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때론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을 10대에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함에 가슴이 먹먹하고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물론 책 속에 담긴 글에는 일상적인 글이 대부분이다. 가족들과의 이야기나 친구들과의 이야기, 병원 진료를 받거나,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받은 이야기 등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자신의 병에 대해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고민이 글 속에 그대로 드러났다. 다행이라면 기우였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나를 '환자'라는 말에 가두고

나의 온갖 무궁한 가능성을 가장 먼저 재단해버린 게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귀병에 걸렸던 그녀를 향해 한 반 친구가 인생이 망했다는 언급을 했을 때, 정강이를 세게 차 줄 정도의 배포가 있는 그녀. 라면이 먹고 싶지만, 염증 수치가 좋아질 때를 위해 차곡차곡 모아두고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이 예쁜 그녀. 병에 걸리기 전에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병에 걸리고 처음 받은 성적표에 속이 상했지만 그 또한 자신이라고 쿨하게 인정할 줄 아는 그녀. 책 속에 담겨있는 그녀 신채윤이 좋아졌다. 그리고 도전을 받기도 했다. 과학과 의학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그녀 또한 일상적인 평범한 또래의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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