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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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만화영화로 등장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참 흥미로웠다. 신이라고 하지만, 인간과 다르지 않은 감정들을 표출해 내고, 때론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하는 모습이 거리감을 사라지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나이가 들어서도 그리스 로마신화는 좀처럼 완독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만화로 드문드문 보았기에, 어설프게 알고 있는 신들의 이름은 헷갈리기도 하고 입에 붙지 않아서 어렵기도 했다. 그럼 참에 만나게 된 현대 지석판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초 판발행 80주년을 기념해서 개정뿐 아니라 컬러 도판까지 맛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익숙한데, 앞에 붙어있는 해밀턴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의 삼국지도 역자가 여럿 있듯이(이문열, 황석영, 이희재 등) 그리스 로마신화를 자신만의 색으로 집필한 저자가 바로 이디스 해밀턴이다. 내게는 낯선 인물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화 스토리텔러라고 한다.

상당히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이 책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주역인 올림포스의 신들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시작한다.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신들을 바로 이 올림포스의 12신이다. 신들의 왕이라고 부르는 제우스를 비롯하여 그의 아내인 헤라와 제우스의 형제들, 제우스의 자녀들이 바로 올림포스 신을 이룬다. 그들의 성격이나 맡은 직함, 그들을 상징하는 동물처럼 구체적인 신들의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특이점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 뿐 아니라 괄호 안에 로마식 발음(가령 제우스의 경우, 로마식 발음은 Jupiter 유피테르-영어로는 주피터)라고 부른다.)이 같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주신이라고 하는 제우스의 바람기를 보면서, 신화임에도 신을 참 우스꽝스럽게 만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어쩌면 오랜 내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책을 만나서 기뻤다. 왜 제우스는 아내인 헤라를 두고 수시로 바람을 피우는 것일까? 그리고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그에는 당시의 인간적 풍속이 담겨있다. 당시는 농경시대였기에 노동력의 필요를 위해 출산이 장려되었던 시대였다. 제우스는 헤라뿐 아니라 다른 신들과 바람을 피웠기에 그 사이에서 많은 신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절대 권력자는 자신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에로스와 같은 올림포스 하위 신들과 물의 신, 지하세계와 지상의 보통인(판, 실레노스 등) 과 로마 신(실제 그리스 올림포스 신과 같음), 지상의 위대한 신(데메테르, 디오니소스)에 대한 이야기가 꼼꼼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과 인류에 대한 이야기와 인간에게 불을 갖다주었다가 혹독한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뒤쪽으로 가면 우리가 익숙하게 본 신화 속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특히 영화화되었던 트로이전쟁에 대한 이야기나 왕가의 이야기들이 흥미를 자극한다.

여러 신과 인간들의 이름이 복잡하다는 독자들을 위해 가계도와 그리스. 로마 신의 이름이 표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을 닮은 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린 시절 품었던 궁금증이 덕분에 해결되었다. 왜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때 역시나 배경지식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와 함께 그림을 만나니 한결 편안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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