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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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여러 권 만났는데, 그녀만의 색이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이름을 모르고 읽어도 그녀만의 느낌을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나른한 듯하면서 깊이 있고, 우울한 듯하면서 조용하고, 서정적이지만 감정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그녀만의 느낌말이다. 번역가의 말처럼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삶에 대한 여성 서사의 이야기들이 제각각의 색을 띠고 한 권으로 담겨있다. 단편소설집이 으레 그렇듯 이 책의 제목 역시 책 속에 들어있는 한 작품의 제목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공감이 갈 정도로 비슷하기도 하다. 에쿠니 가오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책 속에 담겨있는 사랑의 모습은 안쓰럽다. 사랑은 소유하면 할수록 더 욕심이 나는 것일까? 놓치고 싶지 않고, 나만 독차지하고 싶은 그 감정을 책 속에 오롯이 담아내기도 하고, 너무 사랑하지만 그의 부정에 마음을 다친 여성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에 관한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 중 하나가 특이하다는 것이다. 보통의, 일반적인, 평범한 사랑의 모습보다는 불륜이나 외도, 사실혼 관계에서의 또 다른 사랑의 감정같이 특이한ㄴ 모습의 사랑을 많이 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이야 사랑에 대한 모습이 예전보다 다양해지고, 결혼하지 않고 동거 생활을 하는 모습 등이 손가락질 받을 정도의 모습은 아니지만 과거 그녀의 작품들이 막 등장했을 때는 상당히 따가운 시선이나 파격적인 작품이라 평가를 받았을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지극히 FM으로 살고 있는 내 관점에서는 완전히 공감을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말이다.

여러 작품 속에 머물다 보면 다양한 모습의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모두 다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이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의 가슴 떨림과 풋풋함도, 오랜 시간이 흘러 조금은 지루해진 사랑도, 결국은 접어야 할 사랑조차도 그녀의 가슴을 통해 그녀만의 색으로 표현된다 나도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식상해진 사랑에 무료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녀의 작품 속 주인공들 또한 자신만의 사랑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막 일어난 아침처럼 싱그럽기도, 오후 3시 즈음처럼 무료하기도, 밤늦은 시간처럼 아쉽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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