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세상에 완벽한 살인이 있을까? 아니 완전범죄가 있을까?!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제목이 뭔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마치 8권의 책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책 안의 등장하는 살인사건이 담겨있는 추리소설을 대놓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드데블스 서점의 주인인 맬컴 커소. 올드데블스 서점은 추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난 중고서점이다. 추리소설만 취급하는 덕분에,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은 꼭 들러봐야 할 명소가 되었다. 눈이 무릎까지 쌓이고 날이 추운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을 FBI 특수 요원이라고 소개한 그웬 멀비였다. 맬컴 커소를 만날 일이 있다는 그녀는 그가 작성했던 블로그의 글을 이야기한다. 무려 2004년에 작성했던 이 책의 제목과도 같았던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그는 이 책 속에서 그가 읽었던(그중 한 권은 읽지 않고, 영화로 봤지만) 8권의 완전범죄에 가까운 살인사건이 담긴 책을 소개한다. 문제는, 그가 블로그의 올린 글이 실제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뉴잉글랜드 주에서 일어난 사건들 속에는 맬컴이 올린 소설의 사건이 재연된 듯이 보인다. 그웬은 맬컴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사건들과 살해된 피해자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의 뇌리에 스치는 한 이름 일레인 존슨. 하지만 그웬에게 언급하지 않는다.

그웬이 뽑은 사건의 내용들을 읽으며 자신이 블로그에 올린 글과 비교를 하는 맬컴. 그리고 다음날 오전 그웬을 만나기로 한다. 그웬으로부터 들은 피해자들은 죽어야 마땅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변의 평판이 좋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 걸까? 범인을 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하는 맬컴과 그웬. 범인의 이름을 찰리(그웬이 예전에 키웠던 고양이 이름인데, 쥐와 새 사냥을 잘했다고 한다.)라고 명명한다.

근데, 맬컴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 하나하나 털어놓는 그의 속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그는 왜 그 블로그 글을 토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는 한편, 블로그 글에 댓글이 두 개뿐이었는데, 의미심장한 댓글이 하나 더 생긴다. 과연 그 댓글은 범인이 남긴 것일까?

역시 추리소설의 맛은 반전에 있다. 몇 권의 책을 통해 구면인 작가인지라, 이번에도 쫄깃한 추리의 맛과 함께 과거의 이야기들이 수면상으로 드러난다. 순식간이 빨려 들어가는 이야기 덕분에, 벽돌 분량임에도 순식간에 진도가 나간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9권(8권과 이 책)의 이야기가 촘촘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책 속의 등장하는 추리소설들 중 내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었다. 맛을 보니 또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위시리스트가 또 늘어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