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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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간 성범죄에 대한 뉴스가 많아졌다. 연예인 뿐 아니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경악할 만한 수준이 되었다. 소위 N 번 방 사건이라고 이야기되는 사건의 주범의 인터뷰를 보면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다. 원하지 않는 영상이나 사진 등의 기사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순간, 삽시간에 퍼진다. 그렇기에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잊힐 권리가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강모리는 흔적 지우개가 운영하는 디지털 장의라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상에 퍼져있는 자료들 중 의뢰자가 원하지 않는 자료를 찾아 지우는 것이다. 모리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쌍둥이 동생 모연을 찾기 위해서였다. 디지털 장의를 하는 모리는 오해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고, 컴퓨터까지 압수당하게 된다. 물론 얼마 후 컴퓨터를 되찾긴 했지만, 그 일로 디지털 장의 일을 그만두게 된다. 그 즈음 의뢰가 들어온다. 의뢰자는 같은 학교 8반의 윤리온이다. 특이사항이라면, 윤리온은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TOP10까지 남을 정도로 실력이 있다. 그런 리온은 인터넷상에 퍼져있는 자신의 영상을 지워달라는 의뢰를 한다. 사실, 모리의 첫 번째 의뢰자인 선우 해연은 자살을 했다. 그 일이 모리에게도 트라우마가 된다.

리온의 의뢰가 온 얼마 후, 8반 남자아이들 사이에 동영상이 하나 퍼진다. 소위 금수저인 정진욱이 찍어서 올린 동영상이었다. 침대에 앉아 있는 진욱과 속옷 차림의 여자아이가 V를 하고 있는 영상이었다. 모리와 친구 최수성도 그 영상을 본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리온같이 보이는 아이의 영상이 찍혔다. 몸캠이라고 불리는 영상이었다. 영상을 본 리온은 1반 민재이를 찾아간다. 중학교 시절 찐친이었던 재이. 재이와 리온의 엄마가 같이 있었기에 리온은 재이에게 영상에 대해 물었다. 찐친이라는 재이는 오히려 리온에게 처신 똑바로 하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리온은 그다음 날부터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 리온이 걱정된 모리는 수성과 함께 리온의 집으로 찾아갔다가, 리온이 자살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한편, 모리는 리온의 몸캠 영상의 출처를 찾기 위해 기록을 찾는다. 그리고 리온과 함께 있었던 재이를 찾아간다. 재이는 자신이 찍은 게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선우 해연의 자살 사건을 겪은 후 똑같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리는 재이를 압박한다. 그리고 재이가 말한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사실 벌어진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해도 피해자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가해자가 진심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는 데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책 속에 등장한 진욱의 아버지의 행태는 정말 가관이다. 자신의 자녀의 미래는 걱정하면서, 어떻게 평생을 상처 속에 살아갈 다른 아이의 삶에는 그토록 무감각할 수 있을까? 그런 괴물 부모가 결국은 괴물 같은 아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읽는 내내 소름 끼치고, 화가 났다.

모리와 같은 디지털 장의사의 존재가 필요한 때를 지나고 있다. 잊힐 권리. 내가 원하지 않는 나의 자료들을 지울 권리. 그 권리는 순전히 자신에게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바로 자신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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