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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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만난 프랑수와즈 사강의 작품은 길모퉁이 카페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집이었다. 3권의 장편소설을 만난 뒤인지라 단편소설이 왠지 색다르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뚝배기처럼 깊은 맛이 있는 장편소설도 좋아하지만, 뷔페처럼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는 단편소설도 좋다. 특히 이 책 안에는 무려 19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 같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은 난이도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대놓고 난해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 보통의 단편소설집들이 그렇듯, 19편의 작품 중 하나의 이름이 책 전체의 이름이 되었다. 예전에 한참 잘 가던 카페 이름이 모퉁이였는데, 딱 건물의 모퉁이에 있어서 이름이 잘 어울리는 카페였다. 그래서 그런지, 길모퉁이 카페를 읽다 보니 오랜만에 카페 생각이 났다.(아쉽게도 폐업을 했다ㅠㅠ)

19편의 작품 중에는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는 작품도 여럿 있었다. 그동안 만났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한 달 후, 일 년 후라는 작품이었는데 단편소설집 안에도 짧지만 난해한 작품이 여럿 있었다. 반면, 쉽게 다가오는 작품도, 기억에 남는 작품도 여럿이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인 길모퉁이 카페는 상당히 짧은 소설이었다. 암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죽음을 앞둔 한 남자 마르크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죽음을 앞에 두고 떠오르는 향이 있다. 그녀의 향기는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해준다. 이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처절하게 후회가 되지만 마르크는 카페에 앉아서 보내는 오늘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카페에 있는 손님들에게 골든벨을 울린다. 그리고 기분 좋게 자리를 뜨는 마르크. 그의 삶은 더 단축되었다.

첫 번째 작품인 비단 같은 눈이라는 작품도 기억난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철저한 남자 제롬과 결혼 13년 차 아내 모니카. 제롬의 오랜 친구인 스타니슬라스는 돌싱이자 바람둥이 남자다. 일주일 단위로 만나는 여자가 바뀌는 스타니슬라스는 제롬 부부와의 사냥에 만난 지 얼마 안 된 베티와 동행한다. 제롬은 일에서나, 가정에서 무척 충실하다. 그는 결혼한 지 1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니카를 사랑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사실, 스나티슬라스와 모니카는 제롬의 눈을 피해 바람을 피우고 있다. 멀미가 심했던 베티가 모니카를 대신해서 조수석에 앉게 되고, 스타니슬라스와 모니카가 뒷좌석에 앉게 된다.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제롬은 아내 역시 이 음악에 심취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거울로 뒷좌석을 보다 깍지를 끼우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되는데...

둘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하자 제롬은 모니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오랜 친구인 스타니슬라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그가 친구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극도의 분노가 사냥터의 산양을 대하는 모습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묘사된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이렇게 하면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가 보다. 마치 경상도 남자만 표현을 안 하고, 못한다 생각했는데 서양의 남자들 또한 그런 걸 보면 말이다.

각 작품마다 저마다의 색을 품고 있다. 19색의 작품들 속을 유영하다 보면, 여러 상황들을 통해 여러 감정을 맛보기도 하고, 동일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짧지만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작품들 속에서 사강 특유의 묘사와 표현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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